노년의 인생 담을 '그대를 사랑합니다', 드라마 위기 탈출 해법 제시

by김은구 기자
2008.12.05 10:42:35

▲ MBC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주연을 맡을 '노익장' 최불암, 나문희, 송재호(왼쪽부터)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내년 3월 방송될 MBC 수목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극본 이숙진, 연출 이재동)가 드라마 위기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드라마 위기는 전반적인 제작비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불어 닥친 경제위기로 인해 광고수급이 어려워져 방송사들이 대규모 적자가 예고되자 편수 줄이기에 나서면서 현재 방송관련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미 한국TV드라마PD협회(이하 드라마PD협회)가 현재 높아진 제작비를 줄이지 않으면 연속극을 제외한 미니시리즈 형태의 드라마들은 존속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주연을 맡을 스타급 연기자들의 높아진 출연료 문제다. 한류스타의 경우 회당 출연료가 7000만원까지 치솟은 상황으로 주연급 몇 명의 출연료가 전체 드라마 제작비의 60%를 상회하는 수준이 되면서 조, 단역 출연자를 비롯해 다른 부분에서 제작비를 줄이게 됐고 이는 드라마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최고의 한류 콘텐츠로 각광받던 한국 드라마는 그 인기가 시들해지고 국내외 경기침체로 수출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자 드라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드라마PD협회에서 주인공 출연료의 상한액을 1500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 금액도 방송사들이 드라마 예산을 줄이는 현재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캐스팅부터 출연료의 부피를 상당히 줄일 수 있게 진행이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니시리즈를 비롯한 드라마에서 높은 출연료를 받는 주연들은 20~30대의 젊은 배우들이었다. 그러나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주인공들은 모두 60세가 넘은 노년의 배우들이다. 최불암과 나문희, 송재호, 강부자, 윤여정이 이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다.

이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이지만 지금은 주로 주인공의 부모, 조부모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인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들의 미니시리즈 주연 컴백이 가능해졌다.

더구나 이들은 젊은 스타 연기자들에 비해 출연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이미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들인 만큼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또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폐지를 주우며 살아가는 무의탁 할머니 송이뿐과 우유 배달을 하는 괴팍한 성격의 할아버지 김만석,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며 치매에 걸린 부인을 간병하는 장군봉 등 노인들이 이끌어가는 드라마로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는 화려한 세트도 필요가 없다.

최불암이 김만석 역, 나문희가 송이뿐 역, 송재호가 장군봉 역, 윤여정은 장군봉의 아내로 치매에 걸린 조순이 역을 각각 맡았다. 강부자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로 카페를 운영하다 종업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김만석에게 사랑을 느끼는 할머니 황승희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관건은 시청률과 드라마의 수익을 높여주는 수출여부다. 하지만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강풀의 동명 인기만화가 원작으로 이미 연극무대로 옮겨져서도 인기를 끌었고 드라마로 제작되는 것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높아 시청률 경쟁에서는 자신을 가져도 될 만하다.

게다가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은 청춘스타는 아니지만 그동안 수출된 적잖은 드라마들을 통해 해외 팬들에게도 친숙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호응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이달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