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학원강사…작가들의 독특 이력

by김윤지 기자
2017.08.29 08:55:54

사진=tvN, JTBC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독특한 이력을 자랑하는 신인 작가들이 방송가에 등장했다. 한때는 예능 작가 출신이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다. SBS ‘푸른 바다의 전설’(2016)의 박지은 작가가 대표적이다. MBC ‘맨도롱 또똣’(2015)의 홍정은·홍미란(일명 홍자매),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우정 작가도 마찬가지다. 최근엔 학원 강사, 회사원 출신 등 더욱 다양해졌다. 그만큼 그들의 풍부한 경험이 대본에 녹아 재미를 더한다는 반응이다.

◇“평범한 회사원…퇴사 후 준비”

지난달 종방한 케이블채널 tvN ‘비밀의 숲’은 이수연 작가의 입봉작이다. 현업 종사자들도 인정한 수작이었다. 이 작가는 ‘비밀의 숲’을 위해 약 3년 동안 취재·집필했다. 놀라운 정성이다. 이 작가는 작가로 데뷔하기 전 직장인이었다. 이 작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습작 생활을 시작했다”면서 “초기작은 누구나 그렇듯 그냥 혼자서 도서관에 다니면서 썼다. 8회 차까지 썼을 때 방송 편성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와 손잡고 내년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KBS2 ‘쌈마이웨이’의 임상춘 작가도 과거엔 회사원이었다. 남성을 연상시키는 이름이지만, 임상춘은 필명이다. 임 씨 성을 가진 30대 초반 여성으로 알려졌다. 직장 생활을 하다 20대 후반부터 드라마 작가를 꿈꿨다. 작가 교육원도 다니지 않았다. 공모전에 제출한 그의 작품을 유심히 본 PD의 제안으로 2014년 ‘드라마 페스티벌-내 인생의 혹’으로 데뷔했다.

◇한때 인기 학원 강사

20일 인기리에 종방한 JTBC ‘품위있는 그녀’의 백미경 작가는 JTBC ‘사랑하는 은동아’(2015), ‘힘쎈여자 도봉순’(2016) 등 3연타 홈런을 날렸다. 백 작가는 과거 인기 학원 강사였다. 대구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했다. ‘품위있는 그녀’에는 지성과 상식을 갖춘 캐릭터로 수학학원 원장 백주경(오연아 분)이 있다. 일각에선 백 작가 본인을 투영시킨 인물은 아닌지 궁금증을 드러낸다.



‘막장 대모’로 불리는 임성한 작가도 강사 출신이다. 임 작가는 1998년 9월 매체와 인터뷰에서 “7년간 초등학교 컴퓨터 관련 강사로 일했고, 경기 안양시 평촌에 살며 200자 원고지 300장 분량의 일주일치 원고를 이메일로 보낸다”고 밝혔다. MBC ‘압구정 백야’(2014)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성공한 기성 작가들, 그들도 과거엔…

지난해 KBS2 ‘태양의 후예’, tvN ‘도깨비’ 2편의 히트작을 내놓은 김은숙 작가도 한때 강릉 가구공장에서 몇 년 간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집안 형편상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상경해 서울예대를 입학, 작가의 길을 걸었다. 김 작가는 2004년 SBS ‘파리의 연인’을 시작으로 단 한 작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꿋꿋한 여자주인공들은 꿈을 포기 하지 않았던 김 작가의 긍정적인 성향과 닮아 있다.

KBS1 ‘정도전’(2014)과 KBS2 ‘어셈블리’(2015). 두 작품 모두 정치 드라마다. 올바른 리더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정현민 작가가 집필했다. 정 작가는 고대 노동대학원 노사관계학 석사 출신인 노동전문가로다. 드라마 작가로 데뷔 전 국회 보좌관으로 10년 동안 근무했다. 당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작품에 녹였다. 날카로운 풍자와 통렬한 대사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