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뺑덕', 정우성의 완성형이 되다

by강민정 기자
2014.09.30 09:15:57

영화 '마담뺑덕'에서 사랑에 눈먼 학규로 열연
"배드신 부담감 없어"..'정우성의 완성형' 느낄 것

영화 ‘마담뺑덕’에서 심학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정우성이 2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정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뭣 모르고 노출했던 ‘비트’와는 다르다. 의식적으로 옷을 벗었다. 영화 ‘마담 뺑덕’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노출에 대한 쏟아지는 궁금증은 배우 정우성이 느낄 부담감으로 통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엔 “결심하기까지 힘들지 않았나”라는 질문이, 영화 시사회 후엔 “대중의 반응이 걱정되지 않나”로 이어진다. 정우성의 답은 간결했다. “20년인데.” 어느덧 40대다. 연기한 지 20년, 풋풋한 청년에서 중후한 남자로 성장한 지 20년이다. 연기하는 데 필요한 고뇌에 익숙하고 남자로서 갖는 감성도 깊어졌다는 뜻이다. 그렇게 ‘마담 뺑덕’은 정우성의 ‘완성형’을 보여주는 영화가 됐다.

“걱정은 전혀 없다. ‘정우성이 벗었다’는데 기대감이 실릴 거라는 사실도 잘 안다. 하지만 그것에만 빠져들진 않을 것이다. 40대가 된 정우성이 벗고 나온 모습은 학규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고, 학규의 감정으로 이해될 것이다. ‘비트’의 노출에 열광했던 20대 팬들이 이젠 40대가 됐다. 그들을 기반으로 보다 넓은 연령대의 대중이 ‘마담 뺑덕’을 즐기지 않을까. 오히려 더 기대가 된다.”

정우성.(사진=김정욱기자)
‘마담 뺑덕’은 고전 ‘심청전’을 비튼 영화다. 눈이 먼 아버지 심봉사는 문학교수 학규가 됐다.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삼백석을 바치고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는 학규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덕이(이솜 분)가 됐다. ‘심청전’을 관통하는 효의 메시지는 사랑으로 바뀌었고 잘못된 감정의 엄청난 부작용이 남녀의 감정을 휘몰아친다. 정우성은 학규로 분해 제자 덕이를 취하고, 버리고, 타락하는 남자를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몸에서 채 빠지지 못한 근육이다. 영화 ‘신의 한수’ 촬영을 끝내고 시간적인 여유 없이 시작한 작품이라 의도치않게 엉덩이 근육이 너무 발달된 문학교수가 돼버렸다.

“있는 근육을 없애기가 쉽지 않더라. 요즘 남자들도 아웃핏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내 몸이 학규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거라는 단편적인 생각은 버리려고 한다. 사실 학규는 매력이 없는 사람이다. 목적을 향해 달려가기보다 순간의 욕망에 사로잡히는 인물이다. 나도 일에 대한 집착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학규를 이해했지만 ‘수컷’의 관점에서는 완벽하게 동의할 수 없다. 베드신보다는 앞이 보이지 않는 연기가 힘들었다. 나의 동공을 관객이 믿어줄지 의심을 많이 했다. 그래도 연기 내공 20년이다.(웃음) 상대배우 이솜이 신인이었기 때문에 선배로서 더 끌어줘야 할 책임감도 느끼며 연기했다.”



정우성.(사진=김정욱기자)
정우성은 ‘마담 뺑덕’으로 사랑의 부작용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덕이라는 한 여자를 만난 뒤 사랑, 가정, 자신까지 잃어버린 학규는 정우성의 인생에 새삼스런 깨달음을 준 인물이었다. 올해 영화 ‘감시자들’, ‘신의 한수’를 비롯해 숱한 작품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봤지만 학규만큼 정우성에게 ‘직격탄’을 날린 인물은 없었다.

“‘마담 뺑덕’으로 지금 내 나이에서 보여줘야 할 뭔가가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충실하게 살아온 남자라면 ‘40대’는 사회적으로 가장 힘이 탄탄할 시기다. 잃을 게 가장 많은 때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도 요즘 ‘어제 내가 실수한 것 없나?’라는 생각을 유독 많이 하게 되더라. 모든 것을 일으켜놓은 지금, 학규를 연기하면서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교훈이라고 말하면 뭔가 거창하지만 충분히 느낄 만한 영화다. 관객들도 내가 되길 바란다.”

‘마담 뺑덕’은 내달 2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