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김상현,성실성이 그를 지켜줄 것"
by정철우 기자
2010.03.22 10:27:15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야구계에는 'A급 3년설'이라는 것이 있다. 투수와 타자의 수준을 결정하는 수치는 투수 10승,타자 3할이 여전히 대세다.
그러나 한시즌 반짝 이 기준을 통과했다고 해서 단박에 A급 판정을 해서는 안되나는 것이 'A급 3년설'의 논리다. 적어도 3년은 꾸준히 비슷한 성적을 냈을 때 비로서 진정한 A급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KIA 김상현(31)은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타율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을 기록하며 MVP를 차지했다.
입단 9년만에 이뤄낸 쾌거다. 만년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단박에 최고 선수가 됐다.
그러나 아직 보여준 것은 한 시즌의 활약일 뿐이다. 꾸준함은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2010시즌, 그의 성적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게다가 김상현은 또 하나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중압감'과 싸움이 그것이다. 그에게 집중될 것이 뻔한 관심을 이겨내야 더 큰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스타로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이제 그의 작은 부진에도 이유를 찾으려 들 것이다. 팀 성적까지 주춤하다면 그 부담은 배가될 수 밖에 없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어낸 '바람의 아들' 이종범(40)이 보는 김상현의 2010 시즌은 어떻게 매조지될까. 그는 "김상현이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굳은 신뢰가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김상현의 타고난 성실성이 그를 지켜줄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종범은 "상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충실히 소화해내는 성실한 선수다. 한번 이뤄낸 걸 지켜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갖은 훈련을 하더라도 본인이 절실히 필요로할 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차이가 크다. 상현이는 여전히 더 잘하기 위해 많은 땀을 흘렸다. 믿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절실함이 없는 후배들이 많다. 하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는다. 스스로 느껴야 진짜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상현이에 대해선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부담을 이겨내는 강한 심장 역시 필요하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이제 세상이 김상현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본인도 알고 있다. 그건 스타가 짊어져야 할 어쩔 수 없는 짐이다. 편하게 받아들이며 이겨내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부담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다보면 견뎌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IA가 왕좌를 지켜내기 위해선 그의 방망이가 또 한번 불을 뿜어줘야 한다. 시범경기서 김상현은 4할1푼7리의 타율과 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다시 한번 입지를 확인시켰다.
그러나 그에게 더 믿음이 가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방망이를 휘두르며 모자란 것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맏형 이종범이 그를 굳게 믿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