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메달 목표, 박지성 합류 OK'...박성화 감독의 의욕과 고민

by김삼우 기자
2008.04.24 12:48:26

▲ 박지성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와일드카드로 활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박성화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 목표를 재차 밝히면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을 와일드카드로 활용하는 데 대해서도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08 올림픽 본선 조 추첨에 참가한 뒤 한국이 경기할 장소를 점검하고 전날 밤 귀국한 박 감독은 이날 올림픽 본선에 대비한 그의 구상과 애로 사항을 차분하게 밝혔다.

박 감독은 우선 와일드카드로 확실시 되는 박지성은 “혹시 맨유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 다른 계획도 세우고 있지만 유럽에서도 올림픽에 협조를 잘해 주는 등 현재 분위기로는 와일드카드로 기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박지성이 올림픽까지 뛸 경우 ‘혹사시키는 게 아니냐’는 논란과 관련, “5월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일정이 끝나기 때문에 박지성의 체력보다는 K리그에서 강행군하고 대표팀에 들어올 국내선수들이 더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박 감독은 이탈리아 카메룬 온두라스 등 만만찮은 상대들과 같은 조에 편성됐음에도 불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권 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편성은 물론 경기 일정 장소 등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박 감독에 따르면 올림픽 대표팀은 오는 5월 26일부터 6월 14일까지 1차 훈련을 실시한 뒤 7월 21일부터 8월 2일까지 마무리 훈련을 하고 8월 3일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또 국내 훈련 기간 중에는 본선에서 맞붙을 카메룬, 이탈리아와 비슷한 스타일의 아프리카와 유럽 국가와 각각 한 차례씩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다.

올림픽 대표팀에 대한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나이와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 박 감독은 현재 박지성을 비롯 염기훈(울산), 조재진(전북), 김정우(성남), 김동진, 이호(이상 제니트), 김치곤(서울), 김치우(전남) 등 8명을 후보군으로 확정한 상황.



박 감독은 이들 중 “동기의식과 목표의식이 강하고 짧은 기간 내에 팀에 녹아들어 팀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될수 있는 선수를 발탁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에 기량은 뛰어나도 팀에 융화되지 않아 실제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는 인식이 바탕이다.

박 감독은 덧붙여 “팀은 똑 같은 목표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올림픽 메달 획득시 얻을 수 있는 '병역 면제 혜택' 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현재로는 박지성, 조재진, 김동진 등의 발탁이 유력시되고 있으나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김정우, 염기훈, 김치우 등이 박 감독의 낙점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올 시즌 K리그에는 조동건(성남) 서상민(경남) 박현범 조용태(이상 수원 삼성) 이승렬(FC 서울) 등 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들의 올림픽 대표팀 발탁 여부도 관심사. 하지만 박 감독은 신예를 올림픽 대표로 선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훈련 일정이 힘든데다 새로운 선수가 합류하면 조직력과 분위기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감독은 훈련 일정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 1월 스페인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개점휴업인 상황. 박 감독은 이전에도 이같은 일정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축구 협회와 계속 협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다. K리그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자칫 잘못 말했다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6월에도 본격적인 훈련이 힘들다. 7월 훈련 전에는 선수들이 4주간 8경기를 뛰고 합류한다. 체력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에 가기 전 체력과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인데 시간이 많지 않다.”

박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다. 기존 대표팀에 지난 해 빼어난 기량을 과시한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멤버들도 가세, 기술이 좋다고 평가했다. 단 “최종 예선을 통해 골 결정력 부족이 드러난 만큼 이 부분을 보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20세 이하 세계청소년 선수권 대회 본선 사령탑을 두차례 맡으면서 느낀 점도 기술의 마지막 부분 결정력의 한계라고 했다. “세계 축구는 더욱 스피디해지고 있다. 강한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더 세밀하고 빠른 템포를 갖춰야 한다. 우리는 아직 이런 점이 부족하다. 기술적으로는 올림픽 대표들이 많이 향상됐지만 세계적으로 더욱 빨라진 템포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유럽쪽은 올림픽에 크게 신경을 안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의 비중이 크다. 스스로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강한 목표의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