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송지훈 기자
2008.02.02 19:19:25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2007-0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겨울 이적시장이 숱한 화제를 뿌리며 1월31일(현지 시간) 막을 내렸다. 겨울 이적은 하위권 팀들에겐 부족한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찬스로, 정상을 넘보는 클럽들의 경우 화룡점정을 이룰 수 있는 기회로 관심을 모으는 이벤트다.
매 시즌 겨울 숱한 별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새 출발을 선언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특히 올 시즌엔 ‘대 이동’에 가까운 연쇄 이적 현상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주로 상위권 팀들의 전력 보강 루트로 활용되던 이전과 달리 모든 클럽들이 적극적으로 선수를 주고받으며 ‘업그레이드’에 나선 결과다.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TV 중계권료가 폭증한 까닭에 리그에 잔류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난 원인으로 손꼽힌다. 덕분에 리그 전체의 이적료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EPL 클럽들은 올 겨울 선수를 사고 파는 과정에서 총 1억5,000만 파운드를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물경 2,8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이는 겨울이적 제도가 시작된 2003년(3,500만파운드/660억원)과 비교해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해(6,000만파운드/1100억원)와 견줘도 2배 이상 늘어난 결과다. ‘폭등’이라는 말로 수식해도 결코 무리가 없는 수준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지켜본 축구팬들은 치열한 순위경쟁에 더해 ‘스타들의 연쇄 이동’이라는,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경험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 볼 때, 좋은 선수를 데려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마음을 놓긴 이르다. 새로 구입한 보석이 그라운드에서 찬란한 빛을 내 뿜기 위해서는 팀 분위기, 전술 적응 여부, 동료들과의 호흡 등 다양한 변수들을 뛰어넘어야 하는 까닭이다.
관련해 현지 전문가들은 각 클럽들의 겨울 이적 결과에 대한 손익 계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떤 요소를 중시하느냐에 따라 다소 의견이 갈리고는 있지만 몇몇 클럽들의 경우 다수의 전문가들로부터 ‘후반기 약진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공통 지목돼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예가 포츠머스(9위)다. 전반기 한 때 5위권까지 치고 올라가며 다크호스로 평가받은 바 있는 포츠머스는 겨울 들어 나타난 하향세를 만회하기 위해 새 얼굴로 전력을 내실 있게 보강했다.
이번 시즌 첼시와 아스널을 거치며 방황을 거듭하던 중앙 미드필더 라사나 디아라를 500만파운드(94억원)에 영입, 허리를 두텁게 했다. 더불어 공격력 향상을 위해 밀란 바로스(전 리옹)를 임대로, 저메인 데포(전 토트넘)를 700만파운드(130억원)의 이적료로 각각 데려왔다. 당초 맨체스터시티 이적이 확정됐던 주포 벤자민 음와루와리가 새 팀 클럽하우스에 늦게 도착해 입단이 무산되면서 스쿼드에 복귀한 것 또한 전력 면에서는 반가운 뉴스다.
‘로만 군단’ 첼시(3위) 또한 주목할 만한 전력 향상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 시즌 내우외환을 두루 겪으며 힘든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첼시는 라이벌 맨체스터Utd.(1위)와 아스널(2위)을 추월하기 위해 공격과 수비에서 걸출한 새 얼굴을 받아들였다.
1,500만파운드(280억원)를 쏟아 부어 ‘부활 스트라이커’ 니콜라 아넬카(전 볼튼)를 거머쥔 데 이어 세르비아 출신의 다기능 수비수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전 로코모티브) 확보에 930만파운드(175억원)를 투자했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신음하던 최전방과 최후방에 단비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들이다.우승을 다툴 맨체스터Utd.와 아스널이 눈에 띄는 전력 보강 없이 이적 시장을 지나친 만큼 뉴 페이스들이 제 몫을 해줄 경우 순위 상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수비수를 대거 보강한 토트넘의 부활 여부 또한 관심거리다. 올 시즌 도중 마르틴 욜 전 감독의 대체자로 지휘봉을 잡은 후앙데 라모스 감독은 후반기 부활의 키워드로 ‘수비진 개혁’을 설정, 기량을 검증 받은 디펜더들을 줄줄이 불러들였다.
전도유망한 라이트백 앨런 허튼(전 레인저스)에 900만파운드(170억원)를 투자했고 준수한 기량을 지닌 중앙수비수 조너선 우드게이트(전 미들즈브러) 영입에 700만파운드(130억원)를 썼다. 양 측면에서 모두 활용 가능한 풀백 자원 크리스 건터(전 카디프시티), 브라질 국가대표팀에서 레프트풀백 겸 중앙수비형미드필더로 활약 중인 질베르투(전 헤르타 베를린) 등은 이영표와 주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새 얼굴들이다.
올 시즌 24경기서 40실점을 허용해 ‘구멍 뚫린 방패’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바 있는 토트넘 수비진이 올 겨울 합류한 새 멤버들을 활용해 환골탈태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