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블럭의 음반 '인 마이 마인드'
by김재범 기자
2007.09.17 16:43:06
[이데일리 SPN 김재범기자]
올 해 가요계는 어느 때보다 여성 가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여성 가수의 강세를 음악적 다양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대담한 노출과 무대 연출로 대변되는 섹시 코드를 앞세운 댄스 음악, 지난 해부터 가요계의 트렌드였던 미디엄 템포와 소몰이 창법을 앞세운 한국형 R&B가수, 그리고 힙합 비트와 팝적인 멜로디를 적절히 가미한 음악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리고 가을에 접어들면서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발라드를 들고 나오고 있다.
음악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가수만 다를 뿐, 고만고만한 노래를 들어야 하는 음악 팬들의 입장에서는 꽤 우울한 상황이다.
블럭의 음악은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음악의 다양성'이라는 갈증을 적절히 채워주고 있다.
사실 그녀의 앨범 자체가 어느 하나로 장르로 규정짓기 힘든 다양한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으면 첫 트랙으로 도입부의 퍼커션 사운드와 차분한 보컬이 매력적인 '서랍'이 흘러 나온다. 화려하진 않지만 구석구석 꽉차게 편곡된 반주와 완급을 절묘하게 살린 블럭의 노래가 듣는 이를 이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서랍'을 나중에 함께 연습실에서 땀을 흘렸던 같은 소속사 가수인 아이비와 듀엣으로 부르고 싶다고 했다.
두번째 트랙인 '사랑이 필요해'는 후속곡으로 최근 활동하고 있는 노래다. 컨트리풍의 발라드를 연상시키는 이 곡 역시 블럭의 여유로운 보컬이 지닌 매력을 잘 담고 있다.
이어지는 트랙은 타이틀곡으로 발표했던 'Moon Lover'. 앞선 두 곡이 세련된 팝적 감성이 돋보인다면, 이 노래는 과거 양수경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 정서가 인상적이다. 노래 분위기에 맞게 블럭의 보컬 역시 처연한 사랑의 이야기를 잘 소화하고 있다.
블럭의 앨범이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지녔다는 것은 각각의 트랙마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번째 트랙인 'Mini van'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라는 시부야케풍이다. 이전 노래까지 느긋하면서 여유로운 음색과 애절한 감성을 선보였던 그녀가 이 곡에서는 상큼한 느낌으로 확 달라진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Mini van'에서 보여준 잔잔히 읊조리는 스타일의 보컬은 이후 트랙인 '구름위의 산책'과 '고양이'에서도 이어진다. 도시적인 세련된 편곡과 리듬을 적절히 타는 보컬은 전반부 세 트랙에서 들려준 보컬과는 확연히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전반부 6곡에 이어지는 앨범의 후반부에서는 경쾌하고 힘있는 록비트가 음악을 이끌고 있다. 'Days and Days'에서는 그녀가 록밴드의 보컬 출신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파워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이 곡에서도 블럭 특유의 신인답지않은 여유로움은 여전히 돋보인다.
피아노로 차분히 시작하는 도입부에 이어 기타와 플류트로 이어지는 화려한 반주가 인상적인 'When You're alone'이 듣는 이의 감성을 한껏 끌어올리면, 이 앨범에서 가장 경쾌한 리듬과 화사한 보컬로 이루어진 'Let it out'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앨범이 매력적인 것은 이런 음악적 여정의 끝을 '향기(여행중에)'와 같은 소박한 정서의 노래로 마무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럭은 '향기(여행중에)'를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노래를 딱 한 곡 고르라면 이 노래를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향기(여행중에)'는 다양한 풍미를 지닌 노래로 구성된 화려한 성찬 이후에 마시는 은근한 향기를 지닌 한 잔의 차처럼 멋진 뒤 여운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