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팬들 웃게 만드는 '쌍도현' 활약...사령탑은 '행복한 고민'

by이석무 기자
2024.09.25 11:16:47

KIA타이거즈 우완 선발투수 김도현. 사진=연합뉴스
KIA타이거즈 내야수 윤도현. 사진=연합뉴스
[광주=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두 명의 도현이가 경기를 이끌었다”

KIA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요즘 얼굴에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이미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 지은 데 이어 젊은 유망주들까지 기대 이상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IA 팬들을 들썩이게 하는 주인공인 ‘40-40 클럽’ 가입을 앞둔 김도영뿐만이 아니다. 바로 이범호 감독이 언급한 두 명의 ‘도현이’가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나는 2000년생 우완 투수 ‘김도현’이고 또 하나는 프로 3년 차지만 여전히 신인 자격을 가진 ‘윤도현’이다.

김도현은 지난 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인생투’를 펼쳤다. 최고 150km에 이르는 강속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4승(6패)째..

2019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플러스(6이닝 2자책점 혹은 7이닝 3자책점)를 기록했다, 투구수도 89개에 불과할 정도로 내용이 완벽했다.

김도현은 갑작스레 하늘에서 떨어진 선수는 아니다. 그는 2019년 한화이글스에서 데뷔한 뒤 데뷔 첫해 4승(3패)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때 이름은 김도현이 아니었다. 유니폼 뒤에 적힌 이름은 ‘김이환’이었다.

2022년 KIA로 트레이드된 이후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김도현은 최근 잇따라 호투를 펼치며 KIA 선발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당장 한국시리즈 4선발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다.

김도현은 “군대를 다녀오면서 야구가 조금 더 간절해졌다”며 “사회에는 야구만 했는데 군대에서는 아니다 보니 야구 생각을 더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 야구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이 최근 호투의 비결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과거 한화에서 함께 생활했던 내야수 변우혁과 함께 ‘우리가 우승도 해본다’는 말을 농담으로 했다는 김도현은 “한국시리즈 선발로 나서는 것은 상상만 해도 너무 좋다”면서도 “어떤 보직이든 잘 준비해 한국시리즈에 꼭 출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도현이 마운드를 지배하는 동안 타석에선 또 다른 도현이가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전날 데뷔 첫 1군 선발 출장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한 윤도현은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경기를 펼쳤다. 두 경기 연속 멀티 히트.

KIA 팬들은 벌써 ‘제2의 김도영’이 등장했다고 흥분한다. 실제로 윤도현은 김도영의 입단 동기이자 광주 지역 내야수 1, 2위를 다투는 유망주 라이벌이었다. 김도영이 광주동성중 에이스였다면 윤도현은 무등중 간판스타였다. 중학교 때는 오히려 ‘김도영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던 윤도현이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선 김도영이 1차 지명을 받았지만 윤도현도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에 뽑힐 정도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1차 지명 선수를 제외하고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뽑힌 내야수 가운데는 삼성 김영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였다.

프로에 와서는 부상 때문에 고생했다. 오른쪽 손바닥뼈, 햄스트링, 옆구리, 왼쪽 손바닥뼈 부상이 잇따랐다. 프로 입단 후 3년도 안 돼 양쪽 손을 모두 수술받는 불운을 겪었다.

그래도 재능은 어디가지 않았다. 재활 치료를 마치고 지난 21일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된 뒤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범호 감독도 윤도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1군 데뷔전에선 3루수로 기용한데 이어 24일 경기에선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조만간 주포지션인 유격수로도 나설 계획이다.

이범호 감독은 “윤도현은 타격에서 확실히 장점이 많은 선수”라며 “3루수, 2루수에 이어 유격수로도 두루 써보면서 한국시리즈에 내야 백업으로 쓸 수 있을지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도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얼떨떨하면서도 기분 좋다. 그는 “내가 긴장하는 성격이라 생각해 많은 사람 앞에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이번 두 경기를 치르면서 팬들의 응원에도 떨린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이 ‘첫 경기부터 어떻게 이렇게 잘했냐’고 칭찬해 주셨는데,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며 “이런 활약을 당연하게 여기실 수 있도록 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