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7에서 쌍천만 배우·제작자로…'범죄도시3' 마동석의 20년
by김보영 기자
2023.07.01 09:16:20
동료 배우·제작진이 바라본 배우 겸 제작자 마동석
오랜 무명 거쳐 천만 요정…전매특허 매력 탄생 과정
"배우들을 헤아리는 제작자, 영화에 미친 사람"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들은 선택받는 직업이라 원하는 역할을 못할 때가 있어요. 지난 20년간 120편이 넘는 영화, 드라마를 하며 형사물을 하고 싶단 갈증이 많았는데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언제고 선택받길 기다릴 순 없으니 제가 먼저 형사들과 친해졌어요. 그들에게 이야길 듣고 나름대로 조사를 하니 50개의 에피소드들이 나왔고, 그 중 8가지를 꼽아 ‘범죄도시’ 스토리로 기획했죠.”
마동석이 밝힌 ‘범죄도시’ 시리즈의 제작 비화다. 소시민의 편에 서서 범죄자들을 무찌르는 마동석의 ‘빅펀치’가 또 한 번 극장가를 뒤흔들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이 주인공이자 제작자를 겸한 프랜차이즈 영화다. 전작 ‘범죄도시2’에 이어 1일 ‘범죄도시3’까지 천만을 넘으면서, 마동석은 천만 요정에 이어 ‘쌍천만 제작자’란 타이틀까지 갖게 됐다.
‘부산행’(2016)을 시작으로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 ‘범죄도시2’(2022), 이번 ‘범죄도시3’까지. 마동석은 천만 영화를 무려 다섯 편이나 보유한 배우다.
21인치 팔뚝에 묵직한 돌주먹, 험상궂은 인상을 무장해제 시키는 반전 러블리 미소, 위기 상황에도 잃지 않는 유머. 마동석을 대체 불가 액션 배우로 만든 독보적 매력이다. 다만 그가 처음부터 천만 요정이었던 건 아니다. 2004년 영화 ‘바람의 전설’ 단역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마동석은 연기 인생 20년 중 절반이 무명 시절이었다.
178cm에 100kg의 거구. 관객들에게는 낯선 험상궂은 비주얼 때문에 행인7, 깡패6 등 액션 영화의 단역들을 주로 전전했다. ‘액션을 대표하는 배우’, ‘흥행 보증수표’란 타이틀을 달기까지 셀 수 없는 부상과 생사의 고비를 거쳤다. 배우가 되기 전 복싱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두 차례의 큰 사고로 꿈이 좌절된 그는 미국에서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트레이너 등을 하며 돈을 벌다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배우가 된 직후엔 촬영하다 건물이 무너져 6m 높이에서 추락했고, 척추와 가슴뼈, 발목이 부러지면서 아킬레스건 절반이 떨어져 나갔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천만 배우인 그가 정작 본인의 인생을 ‘불운의 연속’이었다고 정의하는 이유다.
하지만 액션은 곧 그의 인생이었다. 부상의 여파로 1년 365일 중 300일을 끙끙 앓았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촬영장으로 향했다. 오로지 관객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새로운 액션을 연구해 자신만의 전문성과 매력을 다져 나갔다.
그렇게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 영화 ‘비스티 보이즈’(2008)다. 강남 사채업자 역할로 등장한 마동석은 돈을 갚지 않은 주인공을 잔인하게 응징하는 장면을 자연스레 소화해 실제 조폭을 섭외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로선 최고의 찬사. 이후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을 거쳐 2012년 ‘이웃사람’에서 살인마를 응징하는 이웃집 조폭으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5년 영화 ‘베테랑’(2015)의 카메오로 배우로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당시 맡은 캐릭터가 험상궂은 외형에 명동 아트박스 사장이란 반전 직업으로 후반부의 웃음을 책임졌다. 험악한 분위기와 코믹, 러블리의 이미지를 동시에 충족하며 대중의 취향을 완벽히 저격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마동석이 지닌 무섭지만 친숙한 소시민 히어로의 전매특허 매력이 여기서부터 빛을 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후 ‘부산행’을 거쳐 ‘범죄도시’ 시리즈까지 연달아 성공을 거머쥐면서 ‘마동석’ 이름 석자가 하나의 장르가 됐다는 설명이다. 국내는 물론,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할리우드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캐릭터성이 그를 글로벌 흥행 스타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마동석은 마블 영화 ‘이터널스’(2021)를 시작으로 할리우드와의 협업을 잇달아 예고 중이다. 영화 ‘악인전’의 미국 리메이크를 확정하고, 최근에는 인기 소설이 원작인 할리우드 영화 ‘헬다이버’의 주연 겸 제작자로 낙점됐다.
그를 오랜 기간 지켜본 동료 배우들과 감독, 제작자들은 마동석의 부지런함과 배려, 리더십이 오늘날 그를 대체불가 영화인으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범죄도시3’의 초롱이로 활약한 고규필은 “배우는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기다림의 직업’이라고 하는데, 마동석 형님은 형사물에 출연하고 싶어 본인이 직접 제작자가 돼 선택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였다면 절대 그러지 못 했을 것이다. 정말 부지런하면서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그를 평했다. ‘범죄도시3’의 빌런으로 활약한 이준혁과 광수대 막내 형사 정다윗으로 분한 김도건 역시 마동석을 “그 누구보다 영화에 미쳐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같은 배우로서 배우들의 입장을 가장 이해하고 헤아려주는 제작자란 찬사도 이어졌다. 실제로 마동석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자신도 행인7, 깡패6 등 단역으로 시작해 오랜 무명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배우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며 “작은 역할이라도 배우들이 맡은 배역으로 최대한의 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많은 비중을 주려 노력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싶어 1편부터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배우들의 오디션을 꾸준히 진행해온 것도 그의 의지. ‘범죄도시’ 시리즈가 박지환, 진선규, 고규필 등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들을 발굴하는 ‘무명 등용문’이란 평가를 받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전했다.
‘범죄도시2’, ‘범죄도시3’를 연출한 이상용 감독은 “배우로서의 마동석은 촉이 남다른 연기자”라며 “현장에서의 그는 자기 연기만 신경쓰지 않는다.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을 하나하나 케어할 줄 아는 세심한 사람이다. 한 신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아차리는 기민한 배우로, 자신이 아닌 영화 자체를 위해 연기하는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평했다.
제작자로서도 선구안이 남다른 사람이라는 극찬이다. 이 감독은 “배우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시나리오와 시놉시스를 꾸준히 써나가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고 시나리오 작가들을 만나 끊임없이 회의를 하신다. 영화인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닮고 싶은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관객들을 웃길 수 있는 애드립 같은 대사, 대사 같은 애드립을 고안하기 위해 감독, 작가와 매일 12시간 회의를 거쳐 수백번 씩 시나리오를 고쳐나갔다고도 덧붙였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는 “대본 속에 살아 숨쉬는 캐릭터의 매력을 극의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게 발굴하는 열정을 가졌다”며 “의욕적이고 현명하다. 오랜 배우로서의 현장 경험이 제작자로 활동하면서도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뚜렷한 비전으로 확실히 일을 주도하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