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비' 조진웅 "어렵지만 신명났던 작품, 스스로에게 질문도" [인터뷰]

by김보영 기자
2023.02.27 10:17:13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대외비’는 한 사람의 양심이 권력 앞에서 어떻게 무너져가는지에 관한 이야기에요. 해웅을 연기하면서 제 자신에게 자꾸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나는 그렇게 지내온 적이 없을지’.”

영화 ‘대외비’(감독 이원태)로 돌아온 배우 조진웅은 이번 작품이 특히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고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러모로 어려움을 느낀 캐릭터였지만, 몰입한 만큼 원없이 신명나게 연기를 즐긴 순간이 됐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조진웅은 영화 ‘대외비’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애정, 촬영 뒷 이야기들을 솔직담백히 털어놨다.

오는 3월 1일 개봉을 앞둔 ‘대외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우너 후보 해웅(조진웅 분)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분),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 분)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 드라마다. 2019년 ‘악인전’으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던 이원태 감독의 신작이다. 조진웅과 이원태 감독의 두 번째 작업이다.

조진웅은 극 중 평범하고 인간적인 40대 가장이자, 마을 사람들에게 좋은 인심을 얻었던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 역을 맡았다. 해웅은 인간미 넘치는 외피 안에 냉혹함을 숨긴 입체적 인물이다. 조진웅은 순태의 함정에 맞서 살아남아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점점 잔혹하고 무서워지며 양심을 잃어가는 해웅의 변화를 섬세히 그려냈다.

조진웅은 “크랭크업 후 3년가까이 지난 뒤 영화가 나왔다. 굉장한 에너지를 쏟았던 작업이라 오랜만에 영화를 봤는데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히 나더라”며 “시사회에서 작품을 보니 내 생각보다 더 현실을 세게 꼬집는 영화가 나왔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시사회에서 영화를 접한 소감을 전했다.



권력을 좇아 극단으로 치닫는 해웅을 연기하는 과정은 스스로를 의심하며 질문을 던지는 순간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 조진웅은 “정말 어려웠다”며 “연기를 하는 내내 ‘이게 맞나’,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 고민을 계속했다. 크고 작은 고민들이 연기하며 계속 쌓여갔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이게 맞나’ 의심하면서도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죽을 순 없지’ 여러 생각들이 교차한 순간들이었다”고 토로했다.

극 중 정치판의 실세 순태와 만년 국회의원 후보에 불과한 해웅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결투를 방불케 한다. 몇 수 앞을 내다본 순태의 전술에 번번이 당하면서 오뚝이처럼 일어나 반격을 꾀하는 해웅의 모습은 오기를 넘어 무모해보일 정도다. 조진웅 역시 해웅을 연기하며 순태의 막강함에 여러 번 무력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발만 뒤로 물러서도 절벽에 떨어진다는 심정을 갖고 순태와 맞섰다”며 “나 역시 이 친구(해웅)가 지나치게 험난한 길을 선택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였다면 일찍 순태 앞에 무릎 꿇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웅은 특히 해웅이 권력에 굴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됐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권력을 가지는 게 ‘악마와 거래를 하는 것’이라는 영화의 메시지처럼, 내 스스로는 악마의 거래를 했던 적이 없나, 내 선택 때문에 다른 한 쪽이 힘들어진 순간이 없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악마의 유혹과 선택의 갈등 속에서 내 스스로에게 떳떳한 선택을 해나가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아프게 꼬집히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털어놨다.

이 영화가 단순히 ‘정치하는 사람들’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조진웅은 “특정 직업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권력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모하고, 양심을 무너뜨리는가. 이게 이 영화가 가진 본질”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해웅이란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을 위해서 빨리 역할에서 빠져나와야 하는데, 너무 골 깊게 들어가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며 “연기하는 과정이 어려워서였던 것도 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즐겁고 신명나던 순간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향후 작품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영화 ‘독전2’는 촬영이 끝났고, ‘데드맨’은 후반 작업 중”이라며 “언제 공개될지는 모르지만, 또 다양한 작품들로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