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WC최종예선 카타르전 중계 불가"...사상 초유 사태

by이석무 기자
2012.06.07 12:04:35

▲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지상파 3사 스포츠국장. 사진=이석무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게 됐다. 월드컵 최종예선이 지상파 TV로 중계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스포츠국장들은 7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는 9일에 열릴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경기 중계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유는 중계권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중계권을 보유한 월드스포츠그룹(WSG)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홍콩에 근거를 두고 있는 WSG가 월드컵 최종예선을 포함해 4년간 20경기를 중계하는 조건으로 처음 제시한 금액은 5200만 달러(약 609억원). 경기당 약 30억원이 넘는 거액이다.
 
반면 지상파 3사는 같은 조건으로 1700만 달러(약 205억원)를 제안했다. 세금을 포함하면 약 2040만 달러(약 239억원)까지 올라간다. WSG의 요구액과 무려 3000만 달러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이전 중계권 계약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월드컵 최종예선과 아시안컵 2개 대회. 올림픽 최종예선 등 총 32경기를 중계하는 대가로 2150만 달러(약 252억원)를 냈다. 경기 수나 기간을 배제하고 단순히 액수만 놓고 비교해도 2배 이상 뛴 금액이다. 당시는 스포츠에이전트사인 IB스포츠가 중계권을 사 지상파 3사에 되팔았다.
 
이후 협상을 거듭하면서 WSG는 지상파 3사에 인터넷, IPTV 등 뉴미디어 중계를 제외하고 지상파 중계만을 하는 조건으로 4600만 달러(약 539억원)로 가격을 낮췄다. 하지만 이 역시 지상파 3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액수다. 지상파 3사는 이에 같은 조건으로 1510만 달러(약 177억원)를 제시했다.
 
결국 협상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카타르 원정경기 중계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최악에는 오는 12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리는 레바논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마저도 중계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지상파 3사는 중계를 못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을 봉으로 보는 WSG의 횡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태도다.
 
박영문 KBS 스포츠국장은 "현재 WSG의 제시금액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들 요구대로 중계료를 주게 되면 엄청난 국부유출이 불가피하다. 일본과도 비교했을 때 우리가 제시한 금액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허연회 MBC 스포츠국장은 "월드컵 최종예선이 중계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돼 시청자와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국부유출까지 해가면서 중계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정상적인 컨텐츠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지상파 3사는 "카타르전 중계는 어렵더라도 계속 협상을 벌여 다른 경기들은 중계를 성사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타결이 쉽지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