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LG 감독의 첫 승에 담긴 의미
by정철우 기자
2012.03.18 15:58:15
[잠실=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김기태 LG 감독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시범경기서 7-3으로 승리하며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시범경기이긴 했지만 자신의 책임 아래 치른 국내 첫 경기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단순히 1승을 거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감독이 원하는 흐름 속에서 거둔 1승이었다는 점이 중요했다.
올시즌 LG는 최악의 전력 약화 속에서 시즌을 치러야 한다.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 조작 혐의로 빠진 마운드 누수도 크지만 조인성 이택근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 공백도 치명적이다.
김 감독이 "얻을 수 있는 1점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유다. 주자만 많이 나가는, 겉만 화려한 야구가 아닌 실용적이고 끈질긴 야구로 1점씩을 짜내는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안타나 홈런이 펑펑 터져나오지 않아도 점수를 집중력과 기본기에만 충실하면 점수를 낼 수 있는 것이 야구이기 때문이다.
18일 경기 승리는 그런 바탕 아래서 이뤄졌다.
1-1 동점이던 6회말이 가장 좋은 예다. 선두 타자 심광호가 2루타로 출루한 뒤 타석엔 9번 김일경이 들어섰다.
김일경은 초구에 3루수 앞으로 완벽한 번트를 성공 시켰다. 이어 박용택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다시 앞서가는 점수를 뽑았다.
이숭용 XTM 해설위원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전 LG에선 잘 안되던 플레이였다"며 "김일경이 초구에 성공시켜주며 박용택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아웃이 돼도 1사 2루로 찬스는 이어지지만 그렇게 되면 박용택이 꼭 안타를 쳐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지며 좋은 타격이 나오기 힘들어진다. 박용택 또한 볼 카운트가 2스트라이크 이후로 몰리자 욕심내지 않고 플라이 타구를 날려주며 득점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김일경이 초구에 번트를 성공시켰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번트 작전이 나왔을 때 성공시켜주는 것은 실패 후 성공때에 비해 득점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통계가 있다. 벤치의 움직임에 선수들이 얼마나 잘 움직이느냐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LG의 집중력은 7회에도 이어졌다. 삼성 특급 불펜인 권오준을 상대로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며 대량 득점을 만들어냈다.
1사 후 연속 안타로 1,3루. 이어 1루 대주자 양영동이 2루로 스타트를 끊었고 유격수 손주인이 2루 커버를 들어가는 사이 김태완이 빈 자리로 타구를 보내며 추가점을 뽑은 장면은 짜임새 있는 LG 야구의 면모를 확인시켜주었다. LG는 이날 8개의 안타로 '무려' 7점이나 뽑아냈다.
이제 막 시범경기가 시작됐을 뿐이다. 상대의 전력과 집중력이 더 강해지면 LG는 보다 어려운 승부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LG가 18일 삼성전의 효율성을 잃지 않는다면...LG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는 결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