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네슈 "좋은 기억 안고 돌아가겠다"
by송지훈 기자
2009.11.26 12:24:23
| ▲ 고별 기자회견에 참석한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사진_송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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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FC서울 사령탑 세뇰 귀네슈 감독이 3년 간의 K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터키로 돌아가게 된 것과 관련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한편, 한국 축구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귀네슈 감독은 26일 오전11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고별 기자회견에서 "지난 3년간 선수들의 플레이와 생각에 대해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자부한다"며 "씨앗을 땅 속에 넣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3년을 보냈으며, 우리가 심은 씨앗을 나무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열매(우승컵)를 따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귀네슈 감독은 지난 2007년 이장수 전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한 이래 3년간 서울을 이끌었으나 매해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거두고도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해 무관으로 K리그 이력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AFC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계약기간을 1년 더 연장했다"고 밝힌 귀네슈 감독은 "어려운 상대와의 경기에서 승리하고도 쉬운 상대에게 패해 아시아와 K리그 정상 정복에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귀네슈 감독은 3년 간의 K리그 생활 중 가장 잊지 못할 기억으로 '팬들의 사랑'을 첫 손에 꼽았다. "2007년 처음 부임했을 때 공항까지 나와 열렬히 성원 보내준 팬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며 운을 뗀 그는 "전북현대과의 정규리그 홈 경기 직후 나를 챙겨주는 팬들의 모습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며 당시의 감정을 되살렸다. FC서울 서포터스 연합 '수호신'은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벌금 1000만원의 중징계를 받은 귀네슈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북전 당일 티셔츠 판매를 통한 모금운동을 진행했고, 1000여만원을 모아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성원을 보낸 바 있다.
한편 귀네슈 감독은 한국에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임을 의식한 듯, K리그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기 중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퇴장당한 것이나 정제되지 못한 발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며 관련 발언을 시작한 그는 "하지만, 한국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솔직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뜻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한국축구의 개방적이지 못한 분위기를 꼬집었다. 아울러 "심판들의 오심에 대해 인정해야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올 시즌 서울이 겪은 여러가지 상황들은 심판들의 판정에 대해 더 이상 오심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며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어 귀네슈 감독은 FC서울 제자들에 대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내놓았다. "진정한 스타는 자신만 성공하는 선수가 아니라 팀을 크게 키우는 선수"라 밝힌 그는 "이을용, 김병지, 이민성, 김은중 등 베테랑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으며 간판급으로 성장한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등이 이승렬, 고요한 등 성장 중인 동료 선수들에게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귀네슈 감독은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 서울에 진정한 스타는 없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프로마인드를 갖고 팀과 자신이 함께 성장하는 선수들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귀네슈 감독은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내놓았다. "서울의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6개월 정도 쉬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며 계획을 공개한 귀네슈 감독은 "터키대표팀과 터키 클럽 트라브존스포르, 아시아 지역의 클럽팀 세 곳 등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만큼 구체적인 일정은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터키 언론이 '트라브존스포르행이 확정됐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는 "터키 언론이 다소 앞서가는 경향이 있다"며 명쾌하게 선을 그었다.
한편, 서울은 귀네슈 감독의 후임을 결정하기 위한 인선작업에 착수한 상태이며 국내파와 해외파를 포함해 후보군을 정해 영입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