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짚은 이봉주 만난 육상 코치, 안타까움에 눈물

by김현식 기자
2021.05.27 09:27:57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와 인생 첫 육상 스승과 재회했다.

이봉주는 26일 방송된 KBS2 ‘TV는 사랑을 싣고’에 의뢰인으로 출연했다.

이날 MC 김원희아 현주엽은 삽교고등학교 운동장 스탠드에서 이봉주와 만났다. 현주엽은 마라톤 41회 완주, 체육훈장 청룡장 수상 등 이봉주의 화려한 이력을 소개했다.

소개가 끝나자 김원희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며 이봉주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물었다. 이봉주는 “요즘 달리기를 쉬고 있다”면서 지난해 희귀질환인 근육긴장이상증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김원희는 “왠지 이봉주 선수는 금방 털고 일어날 것 같다”고 응원의 말을 건넸고 이봉주는 “정신력이 아직 살아있으니까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봉주는 자신을 마라토너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준 인물로 소개하며 삽교고등학교 육상 코치였던 복진경 코치를 찾고 싶다고 했다. 몸이 안 좋아지면서 코치님 생각이 많이 났고 그를 만나면 힘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MC들과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난 이봉주는 고교 합숙소를 둘러보며 자신의 삶과 선생님과의 추억담을 들려줬다. 이봉주는 어린 시절 축구와 야구 등 운동을 좋아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꿈을 펼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농업고등학교에 입학 후 특별활동으로 육상을 시작하게 됐고, 그를 눈여겨본 복진경 코치의 권유로 학교를 옮겨 체계적 훈련을 받게 됐다고 했다.

선수들이 반찬을 직접 구해야 하는 등의 열악한 합숙소 생활을 하며 어렵게 운동을 했던 이봉주는 그 과정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당시 육상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가능성을 엿보인 이봉주에게 코치는 “끝까지 해서 태극 마크 꼭 달아”라는 말로 힘을 북돋웠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마라톤에 입문한 이봉주는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하며 20여 년간 선수로 승승장구했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선수 시절 이야기를 이어가던 이봉주는 은메달을 받은 애틀랜타 올림픽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마라톤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막바지 훈련 중 당한 부친상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아버지를 위해 죽기 살기로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대회에 참여했고 달리는 동안 마음속으로 아버지에게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고 밝혔다. 이봉주는 “뛰면서 경기가 잘 풀려나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합숙소를 들른 후 근처 정자에서 MC들에게 학창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봉주는 현주엽의 요청으로 자신의 발을 보여주었고 MC들은 “완전 평발이네”라며 크게 놀랐다. 이봉주가 짝발이라는 사실까지 언급하면서 큰 핸디캡을 극복한 그의 인간 승리 스토리가 더욱 빛을 발했다.이후 일행은 최종 장소로 이동하며 추적 과정을 영상으로 지켜봤다. 코치를 찾아 나선 추적 실장 서태훈은 수소문 끝 이를 통해 코치의 동생을 만났다. 서태훈은 코치와 통화를 할 수 있었고 그가 대전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추적 영상은 끝났다.

최종 장소인 예산종합운동장에 도착한 이봉주는 지팡이를 짚고 혼자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장 안에 들어선 이봉주는 “복진경 코치님”이라며 거듭 목놓아 불렀지만 어느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 “봉주야”라며 코치가 운동장으로 들어섰고 두 사람은 반갑게 포옹을 했다. 코치는 목발을 짚은 이봉주의 모습에 “너 이러면 안 돼”라며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며 치료 상황을 물었다. 이봉주는 “괜찮아요”라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코치의 동생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일행은 함께 식사를 하며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치는 이봉주를 선수로 영입하고 이봉주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짰던 일들과 함께 삽교고 육상부가 해체될 때 광천고 육상 코치에게 이봉주를 적극 추천했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코치는 이봉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고 두 사람에게 웃음이 끊이지 않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TV는 사랑을 싣고’는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