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의 청춘들]①반환점 돈 '청춘시대'에게 미안해
by이정현 기자
2016.08.08 07:00:00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몰라봐서 미안해.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청춘시대’가 반환점을 돌았다. 높은 화제성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호평이 쏠쏠하게 나온다. 동시간대 경쟁작 케이블채널 tvN ‘굿와이프’의 맹공에 휘말려 금방 침몰할 것처럼 보였는데 되려 선전하고 있다. ‘대세’보다는 ‘신예’라는 표현이 걸맞은 다섯 명의 어린 여배우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솔직한 이야기에 시청률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청춘시대’는 벨에포크라는 빌라형 셰어하우스에 사는 다섯 명의 여대생 윤진명(한예리 분), 정예은(한승연 분), 송지원(박은빈 분), 강이나(류화영 분), 유은재(박혜수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서로 다른 외모와 성격에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서로 마주하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소소하고 알콩달콩하다.
◇청춘, 솔직해서 미안해
드라마 ‘연애시대’를 썼던 박연선 작가의 신작이다. ‘얼렁뚱땅 흥신소’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 ‘난폭한 로맨스’ 이후 4년여만의 드라마다. 다이어트부터 연애와 섹스, 극과 극의 룸메이트가 만났을 때 벌어지는 사건 등 여대생이 흔히 겪을 만한 사건들을 다루는데 과장없이 솔직한 접근법이 시청자의 호평을 산다. 박 작가는 드라마 첫 방송 전에 12부를 모두 탈고해 완성도를 높이려 했다.
청춘의 판타지는 짧고 현실은 길다. 88만 원 세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이부터 답답한 연애를 이어가는 이, 발랄한 캐릭터의 모태 솔로, 외모로 남자를 유혹하는 이 그리고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신입 여대생까지. 다섯 명의 인물을 다루는 박 작가의 접근이 신선하다. 다섯 명 중 주인공이 누구라고 꼽기 어려울 정도로 돌아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청춘을 다루지만 아름답지만은 않다. 모두가 사랑을 갈구하지만 멜로는 아니다. 각자 연결된 남자가 있지만 매개가 될 뿐 결국은 여자들의 이야기다.
◇시청률 1%가 미안해
‘청춘시대’는 동시간대 경쟁작 케이블채널 tvN ‘굿와이프’에 밀려 시청률 1% 초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 회복세라고 하나 아직 첫 방송이 기록한 1.310%가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2회 들어 0.473%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6회 들어 1%대를 복구했다. 분명히 아쉬운 성적표다. 이는 출연배우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기획하고 준비한 제작진, JTBC 관계자들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은 낮아도 공감률은 높다는 게 시청자 반응이다. 복고로 현실을 회피하거나 재벌가의 이야기로 비현실의 세계로 들어간 것도 아니다.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가운데 20대 청춘의 고민을 담은 작품은 귀하다. 남성이 아닌 여성을 중심으로 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완성도를 고려하더라도 시청률 1%는 ‘청춘시대’에게 과소하다는 지적이 나올 법 하다.
◇한예리·한승연·박은빈·류화영·박혜수, 과소평가가 미안해
‘청춘시대’의 주인공은 모두 신예다. 한예리는 충무로에서 인정받았으나 안방극장은 낯설다. 한승연은 걸그룹 카라, 류화영은 티아라의 멤버였기에 ‘연기자’ 색이 옅었다. 박은빈은 아역배우 출신이라지만 인지도가 높진 않았다. 막내 박혜수 역시 마찬가지다. 쟁쟁한 배우들이 득실대는 동시간대 경쟁작 ‘굿와이프’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출연진의 무게감에 밀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8시30분에 tvN이 아닌 JTBC를 선택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어리게만 보였던 다섯 명이 제 역할을 꽤 잘해주고 있다. 한예리는 은막에서 봤던 묵직함으로, 한승연와 류화영은 걸그룹 딱지를 뗄 수 있을 정도로, 박은빈과 박혜수는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벨에포크에 모여 사는 여대생 다섯 명의 이야기는 짐짓 예상처럼 유치하지 않다. 수박 겉핥기처럼 청춘을 대하지 않았다. ‘청춘시대’는 꽤 묵직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방송 전 섣불리 했던 지레짐작이 미안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