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리포트]칸의 미드나잇을 깨운 '표적', 韓버전과 달랐다
by강민정 기자
2014.05.23 10:02:28
[칸(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한국의 ‘표적’과 칸의 ‘타깃’.
같은 이름 다른 표기법인 두 영화가 같은 옷 다른 느낌의 매력을 발산했다. 22일 자정(이하 현지시각) 제 67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출품된 영화 ‘표적’이 프랑스 칸 르뮈에르 극장에서 공식 상영을 가졌다. 두 영화는 어디가 다르고, 어떤 점이 같았을까.
◇에피소드
‘표적’은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큰 틀에선 유사한 에피소드가 이어지지만 세부적으론 많은 부분이 다르다. 대표적인 예가 ‘표적’의 이진욱과 류승룡이 보여주는 캐릭터다. 원작에선 이진욱이 맡은 의사 역할이 아내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류승룡이 연기한 누명을 쓴 살인 용의자 여훈은 원작에선 이진욱의 도움을 받아 훗날 원수를 갚는 인물로 표현된다.
칸에서만 볼 수 있었던 ‘표적’의 묘미 중엔 아내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사 이태준을 연기한 이진욱의 고군분투를 극대화시킨 장면이 있었다. 국내 개봉 작품에선 범죄 모방 우려 탓에 편집됐어야 하는 10여초의 짧은 장면이지만, 유약하지만 질긴 이태준이란 인물을 드러내는데 탁월한 장면이었다. 경찰서 화장실에서 목이 매달린채 죽을 위기에 놓인 아내를 두고 위장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화면이 칸 르뮈에르 극장에선 보여졌다.
◇엔딩
연출을 맡은 창감독이 강조했던 건 ‘표적’의 엔딩이었다.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쿠키 영상으로 보여진 엔딩은 배우 유준상이 장식했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취조를 받는 송반장(유준상 분)은 끝까지 비열한 모습을 보여준다. 의미심장한 대사와 함께 생수 한병을 따 마신 그는 이내 거품을 물고 죽는다. 유준상이 국내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던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하는 ‘칸 버전’ 엔딩이 드디어 베일을 벗은 셈이다.
이날 유럽 인근에서 가족여행을 즐기다 배우 겸 아내 홍은희와 자녀들과 함께 칸을 찾은 유준상.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맞춰 칸 영화제에 참석한 유준상은 준비하기도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끝까지 자리를 빛내 창감독과 배우 김성령을 든든하게 했다. 극장엔 홍은희도 함께 해 더욱 빛을 냈다.
| 김성령과 창감독 유준상과 홍은희가 23일 오전 2시 20분께(현지시각) 프랑스 칸 르뮈에르 극장에서 공식 상영된 영화 ‘표적’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 끝난 뒤 관객의 호응에 답하고 있다.(사진=강민정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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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액션
뜨거운 호응은 마찬가지였다.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개봉 한달째 접어든 지금까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표적’. 국내에서 입소문을 타고 많은 관객들에게 호평 속에 상영되고 있는 분위기는 칸의 르뮈에르 극장에서도 이어졌다.
영화가 끝난 후 이어진 박수 세례는 3분을 훌쩍 넘겼다. 김성령은 극중 악연인 유준상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는 리액션을 취해 현장에 모인 관계자들을 더욱 웃음짓게 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중간에도 웃음과 박수가 터지는 뜨거운 호응이 이어져 놀라움을 안겼다.
‘표적’은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독일, 터키, 스위스 등 유럽 3개국과 중동, 남미 지역에 수출됐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중동과 남미 지역 수입사는 이 지역 전체에 영화를 배급하는 대형 회사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30일 개봉돼 260만 관객을 돌파했다. 관객 입소문과 칸 영화제 출품 등 희소식이 겹치면서 박스 오피스 상위권내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감독은 300만 관객이 넘을 경우 칸에서 선보여진 영상과 같은 무삭제판 ‘표적’을 국내에서도 선보일 방법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