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느린 커브 장착한 이영하 "더 강력해지고 싶다"

by이석무 기자
2020.04.16 08:53:02

두산 베어스 이영하. 사진=이석무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두산 베어스 ‘영건’ 이영하(23)는 지난 시즌 국내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17승을 거뒀다. ‘유망주’ 딱지를 완전히 떼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영하는 지난해 성과에 안주할 생각이 없다. 더욱 강력한 선발투수가 되기 위해 올시즌 더욱 칼을 갈고 있다.

이영하는 지난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 선발투수로 나와 5이닝을 2피안타 5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연습경기인 만큼 기록 자체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투구 내용면에선 확실히 주목할 부분이 있었다. 특히 신무기 커브가 눈에 띄었다.

이날 이영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커브를 구사했다. 심지어 98km짜리 초슬로우 커브도 던졌다. 그전에도 이영하가 커브를 아예 던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비율이 미미했다. 2018년에는 1.9%, 2019년에는 1.8%에 머물렀다. 거의 던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올시즌은 다르다. 국내에서 치르는 자체 청백전에서 커브 구사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신의 주무기인 직구와 커터, 슬라이더 등의 위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선 느린 구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영하는 “직구, 커터, 슬라이더 등 빠른 구종만 보여주다보니 타자들이 4~5회에는 적응하더라”며 “그래서 올해는 느린 커브를 많이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두산에는 유희관, 이용찬, 이현승 등 커브의 달인이 많다. 이영하는 유희관에게 커브를 배웠다. 유희관은 ‘아리랑볼’이라고 불릴 정도로 느린 커브를 즐겨 사용한다.

이영하의 강점은 새 구질을 빠르게 습득한다는 점이다. 프로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이영하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외국인투수 세스 후랭코프에게 커터를 배운 뒤 한층 성장했다.

140km대 후반 빠른공과 130km 중반 슬라이더 사이에 140km 안팎의 커터가 더해지자 상대 타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여기에 느린 커브까지 완벽하게 구사한다면 더욱 ‘난공불락’이 될 전망이다.

올 시즌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는 이영하는 “선발진에 형들이 많이 있어 위치 변화는 잘 모르겠다”며 “함께 선발투수로 뛰는 형들이 원래부터 잘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딱히 내가 부담을 더 느끼진 않고 아직도 형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영하는 “아직 시즌이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시즌 때와 똑같이 운동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 상태라면 5월에 개막할 경우 딱 좋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포수가 원하는 곳에 항상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며 “개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직구와 변화구 스피드, 커브 제구 등을 잘 가다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