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팀' 이스라엘…'ML올스타' 네덜란드…'무시못할' 대만
by이석무 기자
2017.03.03 08:40:09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과 맞붙는다. 오는 6일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7일 네덜란드, 9일 대만(이상 오후 6시30분. 고척 스카이돔)과 차례로 대결한다.
어느 한 팀도 만만한 팀은 없다. 네덜란드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핫한 스타들이 수두룩하고 대만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늘 한국과 접전을 벌여왔다. 이스라엘도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한국의 전력이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홈 어드벤티지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2라운드 진출을 낙관하기도 쉼지 않다. 단기전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3승을 거둘 수도 있지만 3패를 당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WBC 개막을 앞두고 한국과 상대할 팀들의 전력을 미리 탐색해본다.
| 이스라엘 대표팀의 에이스 제이슨 마키.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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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 전력 가늠하기 어려운 ‘도깨비팀’
한국의 첫 상대인 이스라엘은 베일에 가려진 팀이다. 대부분의 선수가 미국에서 태어난 유대인 혈통이다. 무늬만 이스라엘이지 사실상 미국팀이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11명이나 된다
이스라엘 전력의 핵심은 에이스 제이슨 마키(전 신시내티)다. 마키는 200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2015년까지 빅리그 마운드에서 활약하며 124승 118패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전성기에서 내려온지는 오래다. 2015년 6월 신시내티 레즈에서 방출된 뒤 제대로 된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대표팀에선 여전히 부동의 에이스다. 지난해 9월 WBC 예선라운드 영국과 결승전에선 4이닝 무안타 무실점 역투로 이스라엘의 본선 진출을 견인했다.
한창때 150km가 넘었던 구속은 140km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대신 타자 앞에서 살짝 떨어지는 싱커로 범타를 유도한다. 경험이 워낙 풍부한 만큼 공략이 결코 쉽지 않다. 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에서도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2이닝을 노히트로 막았다.
구원투수 가운데는 빅리그 539경기 등판 경력을 자랑하는 왼손투수 크레익 브레슬로(미네소타)가 눈에 띈다. 이스라엘은 대표팀에 투수를 무려 16명이나 포함시켰다. 떨어지는 투수력을 물량공세로 메우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타자 가운데는 아이크 데이비스(LA다저스), 샘 펄드(전 오클랜드) 등이 눈에 띈다. 유대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데이비스는 2012년 뉴욕 메츠 시절 32홈런을 때린 적이 있다. 좌타자인 펄드는 2011년과 2014년 두 차례나 20도루 이상 기록했다.
| 네덜란드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보스턴 레드삭스 주전 유격수 잰더 보가츠.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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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 ML 올스타 라인업 ‘한국의 최대 난적’
네덜란드는 2013년 3회 WBC 대회 때 1라운드에서 한국을 꺾은 뒤 기세를 살려 4강까지 진출했다. A조 4개국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면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다.
네덜란드 본국은 야구에 대한 관심이 적다. 대신 ‘야구의 섬’이라 불리는 네덜란드 자치령 퀴라소 출신이 주축을 이룬다. 카리브해 연안의 퀴라소는 인구 15만명의 작은 섬이지만 1990년대 이하 12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네덜란드의 라인업은 메이저리그 올스타급이다. 안드렐톤 시몬스(LA에인절스)와 조나단 스쿱(볼티모어), 잰더 보가츠(보스턴), 디디 그레고리우스(뉴욕 양키스)는 모두 메이저리그 정상급 내야수다. 장타력과 수비력을 겸비하고 있다.
여기에 한때 전체 유망주 랭킹 1위였던 주릭슨 프로파(텍사스)와 2013년 일본프로야구 홈런 신기록(60개)을 경신한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까지 포함하면 타선은 역대 최강이다.
투수력도 만만치 않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는 한국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2014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13승을 거둘 정도로 한국 야구에도 익숙하다. 2m에 육박하는 큰 키에서 내리꽂는 150km대 강속구가 일품이다. 201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뽑혔던 자이르 저젠스(전 애틀랜타)도 경계할 투수다.
구원투수는 기량이 떨어진다. 마이너리그나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이 네덜란드 선발투수를 일찍 무너뜨리거나 최소한 경기 중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친다면 후반 싸움은 충분히 해볼만 하다.
네덜란드의 약점도 조직력이다. 메이저리거들은 대회 4일전 한국에 도착한다. 시차 적응 등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대만 : 역대 최약체 평가...그래도 방심할 수 없다
대만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라이벌이다. 중요한 고비에서 한국의 발목을 여러 차례 잡았다. 이번에는 한국과 가장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번에 WBC에 참가한 대만은 차, 포가 대거 빠졌다. 일단 천웨인(마이애미), 왕첸밍(전 캔자스시티) 등 메이저리거가 모두 불참한다. 2013 WBC 대회 1라운드 MVP를 차지한 외야수 양다이강(요미우리)도 나오지 않는다. 요미우리와 5년 총액 15억엔의 대형 FA계약을 체결한 양다이강은 팀 적응을 이유로 WBC 출전을 고사했다.
설상가상으로 대만 프로야구 최강팀으로 꼽히는 라미고 몽키스는 선수 차출을 거부했다. 그전 대회에 비해 대표팀의 무게감이 확 떨어진다.
그럼에도 방심할 수는 없다. 중심타자인 린즈셩(중신 브러더스)은 2년 연속 30홈런(2015년 31홈런·2016년 34홈런)을 기록한 슬러거다. 2012년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외야수 린저슈엔(푸방 가디언스)은 지난해 타율 3할4푼5리 22홈런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장타력을 갖춘 선수가 많다.
마운드는 일본파들이 이끈다. 궈진린(세이부)과 천관위(지바 롯데)가 선발진의 핵심이다. 2015년 11월 프리미어12에도 출전한 두 선수는 일본 야구를 경험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투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