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맨' 박희수 "준PO 3차전, 가장 짜릿했다"

by박은별 기자
2011.10.12 09:21:22

▲ SK 박희수. 사진=SK와이번스
[광주=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가장 짜릿했어요. 그래서 제스처도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단 세 타자만을 상대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임팩트는 컸다. SK '믿을맨' 박희수의 이야기다.

SK는 11일 KIA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결승타를 쳐낸 안치용이 일등공신이었지만 박희수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꼭 필요한 순간에 흐름을 차단하며 KIA의 추격을 막아냈다. 세 타자를 상대해 피안타 1개를 허용하긴 했지만 삼진 2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진가가 나타난 것은 2-0으로 앞선 6회말. 1사 1루서 고든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그는 나지완과 이범호를 차례로 삼진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모두 풀카운트 승부까지 갔다. 두 선수 모두 볼넷이 될 수 있는 유인구로 잡아냈다. 어지간한 배짱과 기술이 아니면 시도하기조차 어려운 승부였다. 포스트시즌이 첫 경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노련한 피칭이었다.

박희수 본인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한건데 볼이 된 거에요"라며 웃었지만 그의 진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피칭이었다. 

"나지완 타석에는 2개 정도만 내 사인대로 했고 이범호 타석에서는 100% 상호 형의 사인을 따랐다. 워낙 상호 형이 내 생각과 잘 맞게 볼배합을 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공을 포수 정상호에게 돌렸다.



사실은 부담이 많은 상황이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모두 출장 중이지만 이기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과까지 좋았기에 짜릿함도 배가 됐다. 평소 포커페이스이던 그는 이범호를 삼진처리 한 뒤 박수까지 치며 펄쩍 뛰었다.

"오늘은 주자도 있고, 이기고 있던 상황이라 가장 부담이 됐던 경기였다. 특히 KIA 중심타선을 상대로 삼진을 2개나 잡아냈다는 것이 정말 짜릿했다. 그래서 오늘 제스처도 올해 중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는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를 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포스트시즌 떨림? 그에게만은 예외였다. 그리고 여전히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감은 시즌 중반부터 넘쳤다. 큰 경기이긴 하지만 포스트시즌이라 부담감 같은 건 없다. 매경기 늘 간절하다고 생각하고 임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 난 강심장은 아니다. 요즘들어 약간 주목을 받긴 하는데 기대치가 낮았던 상황이라 내가 못던진다고해서 뭐라할 사람도 없고, 그런 부분이 부담감없이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박희수는 올시즌 막판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이 꿈"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새 엔트리 진입을 넘어 팀 승리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팀 우승을 향해 그는 다시 한 번 스파이크끈을 단단히 조여맨다.

"내일까지 3연승해서 꼭 시리즈를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 5차전까지 가지 않도록. 우승이 목표다. 언제든지 중간으로 나가도 상관없다. 나는 승리의 징검다리 역할만 해주면 된다" 는 각오를 다졌다.

쟁쟁한 좌완 불펜 요원들이 많은 SK에서 그는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그에 대한 벤치의 신뢰는 여전히 높다. 그래서 박희수의 야구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