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남' 유희열 '스케치북' 결정적 순간
by양승준 기자
2011.06.07 10:10:10
100회 맞은 '스케치북'..작가가 뽑은 명장면 베스트7
'스케치북'이 '19세 이상 시청가'가 된 이유는?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유희열(40)은 'MC'다. '서정적인 섹드립(야한 농담)'은 그의 전매특허다. 그래서 '감성 변태'라고도 불린다. 짓궂지만 유쾌한 멘트때문이다. "'리듬 속에 그 춤을', 아,(김)완선 누님 콧소리, 노래 들을 때마다 '요실금'이다." 라디오 진행만큼은 아니지만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도 그의 발칙함은 빛났다. "'스케치북' 은 내 이미지랑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나랑은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가 어울린다." 사십 대 초입의 생물학적 몸에 사춘기 '악동'의 입. 유희열의 이중성은 정적인 '스케치북'에 발랄한 생기를 불어넣었다. "날 오래된 개그맨으로 보는 사람도 있더라. 하지만 상관없다." '스케치북'에 뮤지션 유희열은 없었다. 그는 '몸 개그 드립(애드리브)'도 했고 심지어 춤도 췄다.
유희열이 그린 '스케치북'이 100장을 넘었다. 지난 3일 방송이 딱 100회. 그래서 준비했다. '감성변태' 유희열이 빛낸 '스케치북' 결정적 순간 베스트7. 유희열과 지난 2009년 4월 '스케치북' 첫 장부터 함께 그린 이연 작가에게 '깨알 같은' 뒷담화도 들었다.
'아이유, 도망가!' 유희열이 아이유가 노래하는 모습을 뚫어져라 처다보는 모습이 담겨진 영상의 제목이다. '아이유 조심해'란 자매품도 있다. '스케치북' 영상을 네티즌이 편집해 만든 UCC다. 공포 영화 '죠스'의 노래가 배경 음악으로 깔린 게 특징. 평소 퀭해 보이는 눈빛과 달리 아이유를 바라보는 유희열의 강렬한 눈빛. 네티즌은 유희열의 '마성'을 놓치지 않았다. 미중년? 유희열도 '아저씨'다. "여기가 천국이다." 아이유가 노래를 끝내자 유희열이 잇몸을 훤히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삼촌미소 종결자.' 짓궂은 네티즌은 '희르가즘'이란 표현도 썼다.
이연 작가:네티즌이 해당 영상을 절묘하게 편집해 블로그에 올려놔서 재미있게 봤다. 유희열 씨는 집중할 때 항상 그런 눈으로 본다. 그리고 유희열 씨는 그때 방청객들이 왜 그리 웃는 줄 몰랐다. 그래서 이날 이후 유희열 씨 보라고 무대에 온에어되는 모니터도 달았다.
유희열:(윤종신 아내 셋째 임신 소식을 듣고)윤종신 씨에게 그런 힘이 있었다는 게 놀랍다.
윤종신:나 참, 모든 게 힘인 줄 안다.
유희열:그 얘기했더니, 윤종신 씨가 '나는 침대 위에 메시야'라고 하더라.
윤종신:(마침 방청객으로 와 있던 아내가 팔로 X자를 그리자)아내가 메시가 아니라 유소년 축구단이란다.
네티즌이 뽑은 '연예인 섹드립 대가'(1위는 신동엽, 디시인사이드 설문)중 5위를 차지한 유희열. 그를 MC로 키운 8할이 바로 '섹드립'이다. '절친'을 만나면 그 농도는 진해지는 법. 유희열과 윤종신의 '깨알 같은 섹드립 열전'. '스케치북'의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이연 작가:'스케치북'은 원래 '15세 이상 시청가'다. 그런데 이날 처음으로 '19세 이상 시청가'를 달았다. 사실 더 야했던 말도 있었다. 편집돼서 그렇지. 그날따라 유난히 '19' 표시가 크게 보였다는 사람도 있더라.
"솔직히 노래는 내가 낫다."
"정말 어따 대고. 이적이나 김동률이 얘기하면 '분발해야지'란 생각이 들 텐데 불쾌하다. 비교 자체가 참~속상하다. 왜 나를 땅바닥에 굴리나."
'토이남' 유희열(위)과 '파리 지엥' 정재형(아래)의 대화다. '톰과 제리' 같은 두 사람. 유희열이 정재형의 외모 핍박에 도박을 걸었다. 노래 대결을 즉석에서 제의한 것. 유희열은 '저질 성대'로 이적의 '레인'을 열창했다. "(유희열이랑 노래 대결도) 창피하다." 프랑스에서 작곡 유학을 한 정재형은 고품격 피아노 반주와 첼로 협연에 혜은이의 '열정'으로 맞섰다. 용호상박이다.
이연 작가:두 사람이 원래 친하잖나. 유희열 씨는 자신이 가요제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래서 태생이 가수라며 정재형 씨한테 대결을 신청했다.
유희열이 작곡자로서 최대 위기를 맞은 적도 있었다. 개그맨 이수근이 유희열의 성의 없던 편곡 에피소드를 폭로해서다. 시간은 1996년. MBC '강변가요제'에 참가했던 이수근은 열 팀 안에 꼽혀 유희열을 편곡자로 지정받았다. 그런데 당시 유희열이 편곡 작업도 하지 않고 제주도로 놀러 갔다는 게 이수근의 폭로. "유희열 씨 때문에 (입상) 못해 군대갔다." 유희열이 무릎을 꿇었다. "근데 처음 들었을 때 노래 진짜 이상했다."
이연 작가:내가 기억하는 순간 중에 유희열 씨가 가장 부끄러워했던 순간이다. 유희열 씨가 그때 편곡했던 '동대문 남대문'을 녹화장에서 틀었는데 정말 깜짝 놀라더라. 스스로 너무 촌스럽다며 창피해했다. 장난 아니었다. 근데 들어보니 정말 촌스럽더라.
유희열이 댄서로 변신했다. 물론 춤이라기보단 '율동'이란 표현이 맞다. '극세사 다리'로 유명한 그에게 큰 기대는 금물. 노력은 가상했다. KBS 예술단과 브로드웨이 쇼 '뉴욕뉴욕'의 한 장면을 재연. 하지만 유희열은 안무단 속에 '섬'이었다. 몸은 '장작' 같았다. 손동작과 발동작도 '엇박자'였다. 이름 하야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연 작가:정말 너무 못 추더라. 그래서 다시는 춤 시키지 말아야지 싶었다. 안무도 몇 동작 없었는데...본인도 정말 부끄러워하더라.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간디' 유희열도 격해질 때가 있다. 순도 100%의 사랑 얘기를 들을 때다. 조금이라도 닭살스러워지면 바로 야수로 돌변한다. 말도 거칠어지고 가끔 주먹도 쓴다. 래퍼 라디가 '아임 인 러브' 등 곡에 담긴 아내 사랑을 털어놓자 유희열이 그의 멱살을 잡았다. 이후 '스케치북'에 '착한 사랑 주의보'가 발령됐다. 믿거나 말거나.
이연 작가:유희열 씨가 멱살 잡는 모습은 '처음'봤다. 하하하.
"복수할 거야." '아내의 유혹' 민소희가 아니다. 유희열이 한 말이다. 그는 '스케치북'에서 드라마도 찍었다. 100회 특집 3탄 '더 드라마'녹화시 '아내의 유혹' O.S.T를 소개하며 얼굴에 연필로 직접 점도 그렸다. "나도 이 상황이 굉장히 민망하다." '희극지왕' 유희열이 탄생한 결정적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