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빅5'가 팀의 연승에 미치는 영향

by정철우 기자
2010.04.22 11:33:14

▲ LG 타선의 빅5. (왼쪽 위부터)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이대형 이택근.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LG 트윈스가 잘 나가고 있다. 최근 5연승을 거두며 단독 4위. 마운드가 나름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타선의 집중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 중심엔 박경수 오지환 등 젊은 피가 있다. 둘의 활약에 조인성의 노련함이 더해지며 하위 타선에서 많은 득점이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소위 빅5로 불리는 주축 타자들에게 모아지고 있다.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이택근 이대형으로 이뤄진 LG의 특급 외야진은 시즌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활약을 미미하다. 이택근은 부상 탓에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고 나머지 4명의 성적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3할을 넘긴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 2할6푼9리를 치고 있는 이진영이 최고 성적. 지난해 타격왕 박용택은 1할7푼9리로 가장 쳐져 있다.
 
반대로 오지환을 중심으로 한 하위타선은 날로 힘을 내고 있다. 특히 오지환은 3할6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이끌고 있고 조인성은 팀내 최다 타점(14개)을 기록중이다.
 
빅5와 하위타선의 공격 공헌도도 큰 차이가 난다. RC/27(1명의 타자가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쳤을 때 경기당 득점생산력)에서 오지환이 8.29를 기록중인 반면 빅5에선 6점을 넘는 선수도 없다.
 
곱지 않은 시선이 조금씩 그들에게 쏠리고 있는 이유다. '빅5만 살아나면…'은 최근 LG의 희망이자 고민이다.
 
그러나 빅5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빅5의 무게감은 여전히 LG 타선의 빼놓을 수 없는 힘이기 때문이다. 상대팀이 바라보는 LG는 역시 빅5가 가장 부담스럽다.
 
투수의 집중력은 경기나 이닝 내내 꾸준히 이어지기 어렵다. 포스트시즌이라면 모를까 정규시즌에선 상대적으로 쓸 수 있는 집중력이 한계가 있다.
 
LG를 상대해야 하는 팀의 배터리는 당연히 빅5에 먼저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집중력의 대부분을 그쪽에 활용해 일단 막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빈 틈이 하위타선에 적잖은 힘이 될 수 있다.
 
LG 하위타선에 호되게 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모 팀 포수는 "LG 상위타선이 주는 압박감은 정말 심하다. 최근 페이스들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타석에서의 무게감은 여전하다. 많이 신경쓸 수 밖에 없다. 그쪽에 견제를 많이 하다보니 투수의 집중력이 뒷 타자들을 상대할 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LG 하위타선이 거저 먹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박경수와 오지환은 서용빈 타격 코치의 지도 아래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쉼없이 업그레이드를 노려왔다. 빅5가 스스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면 이들은 거의 맨투맨 지도를 받았다. 그만큼 기량 자체가 발전된 것이다.
 
모 팀 코치는 "젊은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니 팀에 활력이 돌고 있는 듯 하다. 원래 하던 선수들이 잘할때 보다 더 큰 선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 LG 분위기가 좋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LG가 꿀 수 있는 가장 큰 꿈은 젊은 피의 활약이 자신감으로 굳어질 무렵, 빅5의 방망이도 살아나는 것이다.
 
서용빈 코치는 "경수나 지환이가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확실하게 다져지게 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물론 고비가 올 것이다. 그땐 주축 선수들이 메워줄 수 있을 것이다.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