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변했다①]맞바람에 이중결혼..."댁의 아내는 어떻습니까?"

by김용운 기자
2008.11.11 10:52:23

▲ 아내의 이중결혼을 다룬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한 장면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아내가 달라졌다'

요즘 대중문화 속 달라진 아내상이 눈길을 끈다. 자식과 남편을 위해 자신의 삶을 일방적으로 희생하던 아내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그대가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가 만들어 놓은 관습과 체제 아래 무조건 복종하며 살던 전형적인 아내들이 대중문화 속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과거 대중문화 속 아내들은 남편이 외도를 해도 ‘그저 한 때의 바람이거니’ 하며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아내들의 모습은 이와 다르다. 남편이 외도를 하면 소위 맞바람으로 응징(?)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 10월 초 시청률 30%대를 넘나들며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의 여주인공 나화신(오현경 분)과 한복수(김혜선 분)는 외도를 일삼는 자신들의 남편들에게 결국 복수에 성공하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다.

극 초반 나화신과 한복수는 남편들이 속을 썩여도 그저 참고 참는 전형적인 아내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남편의 일상적인 외도와 거듭되는 비인간적 대우에 자신의 인생을 각성한다. 마침내 나화신과 한복수는 치밀한 계획 끝에 이혼하고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는 남자를 만나 다시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 남편의 불륜에 아내가 외도하는 설정을 담은 달콤한 인생(사진=MBC)




지난 7월 종영한 MBC 드라마 ‘달콤한 인생’ 속 아내도 다르지 않았다. 남편 하동원(정보석 분)이 젊은 홍다애(박시연 분)와 불륜에 빠지자 아내인 윤혜진(오연수 분)은 이에 대한 충격으로 홀로 일본 여행을 떠난다.

혜진은 일본어동시통역사의 꿈을 접고 동원과 결혼,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 자신의 행복이라 믿던 ‘전형적인 아내’였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우연히 알게 된 후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일본 여행을 떠난 것. 그곳에서 혜진은 연하의 이준수(이동욱 분)를 만나 자신 역시 남편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된다.

최근 방영중인 MBC 주말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 또한 남편의 외도에 맞바람을 피는 아내 이황(문소리 분)이 극의 주인공이다.

지난 11월 초 방영을 시작한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한술 더 뜬다. 현모양처였던 주인공 구은채(장서희 분)가 자신의 친구와 남편이 불륜관계임을 안 뒤 구사일생의 과정을 거쳐 팜므파탈로 변신, 이후 남편을 다시 유혹해 파멸로 이끈다는 줄거리다.

지난 10월 말 개봉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달라진 아내상의 결정판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주인아(손예진 분)은 자신만을 사랑하는 소심한 남자 노덕환(김주혁 분)에게 큰 눈망울을 깜박거리며 "남편이 하나만 더 있으면 안 될까?" 하고 일처다부를 선언한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개봉 후 2주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여성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다.

최근 대중문화 속 달라진 아내상에 대해 김영섭 SBS 드라마 기획CP는 “예전 드라마나 영화 속 아내의 모습은 대게 ‘현모양처’의 틀 안에 갇혀 단편적이고 전형적인 모습이 많았지만 여성들의 교육수준과 자기실현 욕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남편의 잘못을 일방적으로 인내하는 아내의 모습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

김 CP는 "사람들이 결혼과 이혼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만큼 아내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드라마의 경우 주부시청자들을 의식해 현실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 그들의 환상만을 충족시켜주려는 경향도 전혀 없진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