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김세정·'결혼' 미미…'극단 걸그룹' 구구단 마지막 완전체 시절[김현식의 서랍 속 CD]

by김현식 기자
2023.12.31 13:01:00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요계 현장 곳곳을 누비며 모아둔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들어보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 꺼내 들어본 서랍 속 CD는 걸그룹 구구단(gugudan)이 2018년 2월 발매한 싱글 ‘액트.4 캐트 시’(Act.4 Cait Sith)입니다. 당시 싱글을 내고 컴백 활동에 한창이던 구구단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때 받은 CD입니다.

구구단은 ‘극단돌’을 표방한 팀이었습니다. 팀명 구구단에 ‘아홉 가지 매력을 지닌 아홉 소녀가 모인 극단’이라는 의미를 녹였죠.

멤버별로 각자 맡은 역할도 있었습니다. 우선 리더 하나는 극단의 포스터를 제작 및 부착하는 홍보 담당이었고요. 혜연은 팸플릿 정리 및 배부, 해빈은 좌석 안내, 미미는 티켓 부스 담당이었습니다. 소이는 티켓 검사, 세정은 청소와 청결, 나영은 출입구 통제 담당이었고요, 샐리와 미나는 스낵 코너를 책임지는 멤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구단은 멤버별 단수도 정해뒀었는데요. 우선 리더인 하나가 1단이었고 이름에 각각 ‘이’와 ‘세’가 들어가는 소이와 세정이 2단과 3단이 멤버였습니다. 나영은 ‘나’가 ‘4’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4단이었고요, 혜연은 ‘오~’라고 내뱉는 리액션이 좋아서 5단을, 해빈은 ‘식스’센스급 반전 매력이 있다는 강조하기 위해 6단을 맡았습니다. 미미는 팀 내 ‘럭키걸’로 통하는 멤버로 7단이었고요. 중국 출신 멤버 샐리는 현지에서 부를 상징하는 숫자에 맞춰 8단을, 미나는 완벽(10)에 가까운 멤버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은 멤버이자 1999년생이라 9단을 맡았습니다.

구구단은 ‘극단돌’답게 신곡을 낼 때마다 특정 작품을 모티브로 삼아 음악, 안무, 뮤직비디오, 의상, 소품 등을 제작했습니다. 동화 ‘인어공주’로 첫발을 뗀 뒤 명화 ‘나르시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을 도전작으로 택했죠.

인터뷰 당시 나영은 “멤버들과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을 같이 보며 다음엔 어떤 작품을 어떻게 재해석해야 할까에 대해 의논한다”며 “힘든 부분도 있지만,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이 구구단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햇수로 데뷔 3년 차가 되었을 때 4번째 활동에 나서면서 발매한 싱글인 ‘액트.4 캐트 시’는 동화 ‘장화 신은 고양이’가 모티브였습니다. 작품 속 고양이의 모습을 힘 있는 가사와 파워풀한 비트로 녹여낸 곡인 타이틀곡 ‘더 부츠’(The Boots)가 앨범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곡입니다.



소이는 앨범과 곡을 소개하면서 “고양이의 활약에 힘 입어 주인이 성공하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구구단이 팬 여러분의 분들의 조력자가 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동화 속 고양이의 특징인 챙이 큰 모자, 부츠, 가방 등을 의상과 뮤직비디오에 접목했다”는 점을 강조했죠.

활동 콘셉트는 ‘멋쁨’이었습니다. 파워 보컬과 시원시원한 비트감이 돋보이는 곡에 맞춰 멋짐과 예쁨이 공존하는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였죠. 이에 대해 세정은 “그동안 귀엽고 발랄하고 상큼한 모습 위주로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멋쁨’을 포인트로 잡아 여성의 당당함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안무에 포함한 단체 댄스 브레이크 구간이 ‘멋쁨미’의 하이라이트라는 설명도 보탰고요.

싱글에는 ‘더 부츠’를 포함해 ‘실리’(Silly), ‘러브식’(Lovesick), ‘더 부츠’ 인스트루멘탈 버전 등 4개의 트랙이 수록돼 있습니다. 수록곡인 ‘실리’와 ‘러브 식’은 ‘더 부츠’와 결이 전혀 다른 곡들인데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상대방을 향한 사랑 감정을 노래한 ‘실리’는 통통 튀는 신스 사운드와 멤버들의 순수한 보컬이 감상 포인트입니다. 아련한 미디엄템포 곡인 ‘러브 식’은 ‘사랑의 열병’을 노래한 멤버들의 9인 9색 음색과 섬세한 감정 표현력을 감상해볼 수 있는 곡입니다.

‘액트.4 캐트 시’는 구구단이 9인조로 발매한 마지막 음반이기도 합니다. 멤버 중 혜연이 그해 10월 팀을 탈퇴했기 때문이죠. 구구단은 8인 체제가 된 뒤 같은 해 11월 미니앨범 ‘액트.5 뉴 액션’(ACT.5 New Action)을 내고 새 출발했는데, 이 앨범을 끝으로 신보를 선보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2020년 12월 공식 해체를 선언했고요.

구구단 멤버 중에서는 세정(김세정)이 배우와 솔로 가수 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정은 구구단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오아이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SBS 걸그룹 서바이벌 ‘유니버스 티켓’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죠.

나머지 멤버 중에서는 해빈, 하나(신연서), 미미(정미미) 등이 세정과 마찬가지로 배우와 솔로 가수 활동을 겸하고 있고, 미나(강미나), 소이(장소진), 나영(김나영) 등은 연기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듯 보이네요. 팀을 탈퇴했던 혜연(조아람)도 그렇고요. 샐리는 현지 걸그룹 서바이벌에 참가해 경당소녀303이라는 팀의 멤버가 됐다는 소식을 알려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미의 경우 최근 보이그룹 엠블랙 출신 천둥과 내년 5월 중 결혼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는데요. 구구단 출신 중 첫 기혼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