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의 전력질주가 의미있는 이유

by박은별 기자
2014.07.06 13:10:36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길어봤자 3년이라고 했는데….”

NC 이호준은 문득 4년 전 정대현(롯데)과 함께 일본으로 무릎 수술을 받으러 갔던 때를 떠올렸다. 이호준은 2008년 독일에서 왼 무릎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썩 좋아지지 않아 다시 한 번 무릎 수술을 받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이호준의 무릎 상태를 살펴본 의사는 선수 생활은 길어봤자 3년이라고 했다. 이호준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의사가 (일본 야구의 전설)기요하라와 같은 수술인데, 기요하라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은퇴했다면서 고친다는 의미보다 덜 아프게 하는 수술이라고, 지금의 악화된 상태를 잠시 스톱시켜놓는 수술일 뿐이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수술을 결정하면서도 이제 야구가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3년? 이호준은 의사의 예상을 기분좋게 깼다. 벌써 5년째 야구와 함께다. 그라운드에서 여전히 젊은 선수들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 손가락에 꼽히는 고참이다. 오히려 그의 존재감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해부턴 신생팀 NC에 둥지를 틀고 팀의 맏형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이 그의 선수생활을 연장시켰다. “정말 선수로선 최악의 무릎 상태다. 정상적인 곳이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하다”고 그를 아는 트레이너들은 입을 모은다. 이호준은 비시즌에도 따로 재활센터를 다니면서 치열하게 운동을 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

이호준은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거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트레이너들에게도 고맙고 테이핑 기술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덕분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렇다고 무릎 상태가 좋아진 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무릎과 힘겨운 사투 중이다. 이호준은 “지금 MRI를 찍어봐도 상태는 굉장히 안좋게 나온다”고 했다. 이호준은 계속된 무릎 통증 탓에 지난 달 말엔 훈련을 한차례 거르고 병원까지 다녀왔다.



이호준은 그런 자신의 무릎을 바라보면 아쉬운 마음뿐이다. 무릎이 조금만 더 괜찮았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때문이다.

이호준은 “조금 더 힘을 쓸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데, 내 상태에선 그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변화구 대처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직구를 노리다 변화구를 대처할 때는 무릎을 써서 타이밍도 맞춰야하는데, 무릎이 멈추지 않으니 잘 안된다. 스윙을 멈출 땐 힘이 ‘빡’ 들어가야하는데 무릎이 알아서 반응한다. 그럴 때마다 속상하다”고 했다.

좋아하는 코스인데도 마음 먹은 대로 대처가 되지 않는 상황. 이호준이 가장 답답할 노릇이다. 대신 이호준은 손목으로 그 코스를 대처하고 있다. 이호준은 어린 선수들의 스윙을 보면 부러운 눈빛이 한가득이다.

“허리가 빠졌는데도 무릎으로 버텨서 치는 애들을 보면 참 부럽다. 나는 그런 타구가 나오질 않으니까….(웃음) 나 또한 욕심이 있다. 그런데 연습도 아예 안되니까, 코치님들도 그런 걸 아시니까 더 이상 주문을 하시지 않는다. 그러니까 더 속상하다. 수비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럼 삼진도 줄고 홈런도 늘어날 수 있는데…. 지금 내 몸상태에선 자세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호준은 몸을 사릴 생각은 없다. 시즌 중반에 들어서며 아픔의 강도가 세졌지만 쉴 생각은 없다. 팀이 조금 페이스가 떨어지는 시점이 왔다. 그는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전력질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호준은 “매번 전력으로 시동을 걸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니까 한 경기에 한 번만이라도 승부 타이밍에 전력으로 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호준의 성치 않는 무릎은 20년가까이 프로에서 전력질주해 온 증거물이기도 하다. 그런 이호준은 앞으로도 전력질주를 마다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의 전력질주엔 남들보다 조금 더 다른 의미가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