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규 "가족과의 이별···`봄, 눈`은 내 이야기"(인터뷰)

by최은영 기자
2012.03.20 11:42:54

하나 뿐인 여동생, 3년 전 하늘나라로···
"`봄, 눈`, 가족이 치유받는 영화 됐으면"

▲배우 임지규가 상업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아 관객을 찾는다. 영화 `봄, 눈`이 그 작품으로 극중에서 임지규는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엄마를 떠나 보내야 하는 아들 영재 역을 맡아 눈물 연기를 펼쳤다.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이름은 아직 낯설다. `최고의 사랑` 차승원 매니저, 혹은 `역전의 여왕` 박시후 비서라면? 영화 `과속 스캔들`의 박보영 남자친구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영화 `화차`에서 김민희가 신분 세탁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여성의 스토커로 분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독립영화계의 강동원, 배우 임지규(33) 이야기다. 그가 올봄, 국민 아들로 나서 스크린을 눈물로 적신다. 제목부터가 아련한 `봄, 눈`(감독 김태균, 제작 판씨네마). 배우 윤석화가 24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택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김태균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 진정성 강한 시나리오가 엄마와 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영국에 있는 엄마 윤석화를 대신해, 한 달 먼저 나 홀로 영화 홍보에 나선 임지규는 극 중 엄마 자랑을 쉼 없이 했다.

"첫날부터 절 아들로 대해줬어요. 처음 만난 날 `너 생일이 3월7일이지? 우리 아들 생일도 같아` 하시더군요.(윤석화는 가슴으로 낳은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다) 사실 프로필에 적힌 제 생일은 음력이거든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솔직히 말하지는 못했어요. 먼저 살갑게 다가와 주신 배려가 감사해서요." 
 
촬영이 없는 날도 윤석화는 현장을 찾아 아들 임지규를 살뜰히 챙겼다. 엄마의 편지를 읽고 오열하는 장면은 그런 윤석화가 있어 감동이 배가됐다.  
 
"제가 우는 연기를 잘 못하거든요. 종이 한 장 들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진짜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선생님이 감정몰입에 도움이 될까 직접 편지를 읽어주신 거였어요. 그 소리를 들으니 절로 울컥해서는 눈물을 펑펑 쏟았죠."



 

▲ 내달 26일 개봉하는 영화 `봄, 눈`에서 어머니와 아들로 호흡을 맞춘 배우 윤석화와 임지규.

`봄, 눈`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겪어내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임지규도 같은 상처와 아픔을 지녔다. 3년 전 여동생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그는 다른 이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봄, 눈`에 더 애착이 갔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제가 맡은 영재는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평범한 남자예요. 말기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엄마와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순둥이 아들. 저 역시도 배우가 되겠다고 12년 전 부산에서 상경해 영재와 유사한 아픔을 겪었죠. 가족들은 아직도 회복 중이고요.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진짜처럼 느껴졌어요."

임지규는 작품이, 연기가 배우이자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해방`시켰다는 말도 했다. 배우로 방황할 무렵 `은하해방전선`이라는 작품을 만나 다시 섰고, `역전의 여왕` `최고의 사랑` 등에서 밝은 역할을 잇따라 맡으며 개인적인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임지규는 "동생이 항상 옆에 있을 것만 같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별은 예고없이 찾아오더라"라면서 "영화 `봄, 눈`이 나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힘이 됐듯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도 내 주변 소중한 이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선물 같은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