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아공) 허정무호, '만족감의 벽' 넘어라

by송지훈 기자
2010.06.24 09:47:44

▲ 한국축구대표팀(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남아공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의 쾌거를 이룩한 한국축구대표팀(감독 허정무)이 또 하나의 신세계인 '원정 8강'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은 오는 26일 오후11시(이하 한국시각)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 소재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남아공월드컵 본선 16강전을 치른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한 수 아래로 평가받고 있지만, 단판승부로 펼쳐지는 만큼 결과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승부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까닭이다.

16강전 경기가 열릴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이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대승을 거둔 장소라는 점, 한국축구의 역사를 다시 쓴 우리 선수들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점 등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모든 변수들이 한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력의 차이를 떠나 특별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목표 달성'에 따른 우리 선수들의 심리적 혼란 가능성이다.



허정무호는 그간 '사상 첫 원정 16강'을 지향점으로 삼아 선수단을 담금질해왔다. 원정 월드컵에서 16강에 이름을 올려 한국축구의 발전상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허 감독의 각오였다. 실제로 의미가 남다른 도전 과제이기도 했다.

문제는 '16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이후 대표팀이 추구해야 할 다음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눈 앞에 놓인 일정에 따라 8강만을 좇기엔 살짝 심심하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우승컵에 눈길을 주기엔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 2002한일월드컵을 제외하고는 16강 무대를 경험한 적이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선수들이 '16강 진출'이라는 성과에 일찌감치 만족해 집중력을 잃을 가능성에 대비해야한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후 과정은 보너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히 먹는 건 좋지만, 그 때문에 긴장감마저 풀어지면 곤란하다.

허정무호는 남아공에서 한국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경지를 걸어간다. 남다른 도전에 나선 한국축구대표팀이 16강 진출의 만족감을 털어내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발을 내딛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