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첫 선발승' 서승화 "안좋은 이미지 때문에 가족들 힘들었다"

by이석무 기자
2010.05.21 20:06:20

▲ LG 서승화. 사진=LG 트윈스

[잠실=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LG의 '만년 유망주' 서승화(31)가 2002년 데뷔 후 감격의 첫 선발승을 거뒀다.

서승화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와 5⅓이닝을 6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2-0으로 앞선 6회말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구원투수 김기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후 등판한 구원투수진이 승리를 끝까지 지킨 덕분에 프로 첫 선발승의 기쁨을 맛봤다. 프로 데뷔 9년만이었다.

2002년에 처음 LG 유니폼을 입은 서승화는 이날 경기 전까지 137경기에 등판해 1승1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08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유일한 1승도 구원승이었다. 선발로 19차례 등판했지만 한 번도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선발승으로 그 동안의 한을 한꺼번에 풀었다.

서승화는 최고구속이 145km에 머물렀지만 예리한 코너워크로 두산 강타선을 요리했다. 특히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위력을 발휘해 무실점을 이어갔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제구력도 이 날은 큰 무리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몇차례 큰 실점 위기도 있었다. 2회말에 1사 1, 3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수비의 도움으로 3루수 정성훈이 3루 주자 김동주를 홈에서 아웃시켜 실점을 면했다. 3회말에도 2사 1,3루 위기에서 강타자 김현수를 삼진으로 잡으며 고비를 넘겼다.



특히 5회말에는 안타와 볼넷 2개를 내줘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오재원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글러브에 직접 빨려들어 가면서 더블아웃이 되는 바람에 큰 고비를 넘겼다. 결국 서승화는 이성열 마저 삼진으로 잡아 무사 만루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프로 입단 후 여러가지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악동 이미지가 강했던 서승화는 치열한 팀내 5선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올시즌 두산전에만 두 차례 선발로 나섰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특히 4월 10일 경기에선 5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서승화는 두산전 세 번째 등판만에 값진 선발승을 따내면서 LG 선발진의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박종훈 감독도 "서승화가 기대 이상의 투구를 했다. 투구 메카닉이 안정되면서 제구가 좋아졌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의미있는 선발승을 따낸 서승화는 "그냥 기분이 좋은 것 밖에는 다른게 없다"라며 "9년만의 선발승인데 가족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신인 때부터 내 이미지가 많이 안좋았다. 나 때문에 가족들이 많이 고생했다. 이제는 팀을 생각해서 행동할 나이다,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올해는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 기회가 오는대로 착실하게 해낸다면 팬들도 좋아해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5회에 승리에 대한 생각에 힘이 들어갔다. 위기상황에서 포수 조인성의 사인을 믿고 그대로 던졌다"고 밝힌 서승화는 "항상 LG 팬들은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준다. 그에 맞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