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연봉 논란을 보는 두가지 시선
by정철우 기자
2010.01.14 11:26:28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전지 훈련이 코 앞으로 닥치며 주축 선수들의 연봉 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이대호의 연봉 협상 과정은 큰 파열음을 내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대호는 2009시즌 타율 2할9푼3리 28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100타점은 데뷔 이후 처음 넘어 본 산이다. 팀도 2년 연속 4강에 들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롯데 구단은 당초 이대호에게 삭감안을 제시했다. 이대호가 훈련까지 불참하며 반발하자 이제 동결 쪽으로 옮겨 온 모양새다.
협상 과정의 카드 중 하나로 꺼내들었다고는 하지만 '삭감 제시'는 의외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롯데 구단도 할 말은 있다는 자세다. 이대호의 연봉은 왜 분란의 소재가 된 것일까.
▲특급 선수의 책임감 필요하다
이대호의 지난해 연봉은 3억6천만원이다. 옵션이나 매리트 등 별도 보너스를 감안하면 그가 받는 금액은 더욱 올라가게 된다. 팀내 최고 수준의 대우인 셈이다.
롯데 구단은 "이대호의 연봉을 감안하면 타율 등에서 빼어난 성적은 아니다. 구단 고과상 더욱 비중있는 활약이 필요하다"고 연봉 산정 배경을 설명했다.
프로야구단은 여전히 큰 폭의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일반 기업이라면 이런 구조에서 연봉이 오르는 직원이 나온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산업의 측면에서 한국 프로야구는 '적자폭은 커지는데 연봉은 자꾸 오르는' 기형적인 구조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으로 5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던 지난 1995년 즈음, 구단별 연봉 총액은 20억원 정도였다. 입장 수익으로 최소한 선수단 연봉은 버텨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15년이 흐른 지금, 그 구조는 크게 흔들렸다. 입장 수익은 크게 늘지 않은 반면, 선수단 연봉은 대폭 상승됐다.
지난해 SK의 연봉 총액은 54억1천300만원이었다. 평균 1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그나마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뺀 금액이다. 모두 더하면 60억원이 넘는다. 1995년에 비해 3배 정도 뛰었다. 여기에 FA 계약금 등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반면 입장 수익은 15년 전의 1.5배를 넘지 못한다. 큰 차이가 없는 구단도 있다. 선수단의 몸값이 구단 운영에 짐이 되고 있는 것 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불과 1년 전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됐지만 이를 인수하겠다는 대기업은 나오지 않았다. 충격적이었다.
때문에 감량 경영을 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프로야구를 지배했다. 그러나 팬들의 사랑이 오히려 폭발하며 이런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그러나 600만 관중 시대라는 화려보이는 현실도 구단의 실질적인 수익을 늘려주는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구단들이 "고액 연봉 선수일 수록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투자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당장 눈앞의 수익구조만 개선하는 것은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특히 프로야구는 사람(선수)이 재산인 산업이다.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재료에 많은 투자가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대호는 단순히 성적을 내는 기계의 역할에 그치는 선수가 아니다. 그의 높은 인기는 성적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구단에 안겨줄 수 있다.
문제는 오히려 여기서 출발한다. 당연히 크게 평가받아야 할 '인기'를 구체화할 수 있는 수치가 전무한 것이 한국 프로야구다.
롯데는 8개구단 중 가장 흑자 경영에 근접한 구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2년 연속 100만 관중을 돌파한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입장수익만이 아니라 상품 판매 등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다만 그 중 이대호를 비롯한 특급 스타들의 공헌도가 어느정도인지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대호가 인기 있는 선수다라는 추상적 개념만 있을 뿐, 과연 얼마나 수익에 도움이 됐는지 알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세이부 라이온즈는 마쓰자카를 메이저리그에 포스팅했다. 마쓰자카의 의지도 강했지만 "최근 계속해서 마쓰자카의 홈 선발 등판 관중수가 크게 감소했다"는 보고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 프로야구는 이런 간단한 통계를 구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 당연히 상품판매 파워가 어느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모 구단 고위 관계자는 "구단 운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대로라면 공멸한다는 위기감도 있다. 그러나 야구라는 상품을 통해 야구 외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뒷받침 됐는지는 자신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실제로 보류 선수의 연봉에 인색한 구단도 FA를 영입할 땐 없던 지갑도 활짝 열고 있다. 당장의 성적이 걸린 일이라면 효율성은 늘 뒷전이 된다.
이대호의 연봉 논란의 출발점은 '아직 산업이지 못한' 한국 프로야구의 초라한 현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