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③]비·보아가 전하는 '해외진출 성공 십계명'
by윤경철 기자
2009.08.17 10:47:26
| ▲세계화에 성공한 한국대표 스타들. 비(사진 왼쪽)와 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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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할리우드를 거머쥔 가수 비를 비롯해 이병헌, 원더걸스 등 한국스타들의 해외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류의 진원지였던 일본, 중국은 물론 대중문화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더불어 최근엔 유럽 무대에서도 한국 스타들의 활약상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한류 붐과 함께 최근 대중문화계에 글로벌 바람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변화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존재하는 법. 성공한 스타들 못지않게 해외 진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이에 좌절한 스타들도 적잖다.
그렇다면 성공한 스타와 그렇지 못한 스타의 차이는 무엇일까. 성공한 해외스타들을 통해 그들만의 성공노하우를 살펴봤다.
성공한 스타들이 꼽는 해외진출 성공 1순위 조건은 바로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다. 할리우드에 연착륙한 비의 성공에는 워쇼스키 형제가 있었고, 보아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에이벡스 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해외 시장은 철저하게 인맥으로 이뤄진다. 좋은 파트너를 만날 경우 해외시장에 보다 손쉽게 진출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주류시장에 편입할 수 없다. 동시에 좋은 파트너는 비즈니스 적으로도 접근이 가능하지만 사실 신뢰가 있어야 한다.
가수 세븐의 경우 미국 진출을 놓고 현지 매니지먼트사인 레드퀸 미디어와 국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불화설에 휩싸였었다. 레드퀸 미디어 측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YG가 세븐의 미국 활동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고 YG 측은 이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파트너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어찌되었던 몇 년째 미국 진출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현지에서 답보 상태를 보이고 세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진출에 실패한 스타들의 공통점은 조급함이다. 데뷔가 늦어지면 '큰일 났다'는 생각과 함께 위축되고 불안한 감정을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성공한 스타들은 그런 감정에 빠져들면 안 된다고 충고한다. 심리적 압박을 받으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스트레스는 연예인의 활동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무엇보다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스타들의 성공한 사례만을 봐서 그렇지 사실 해외 시장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말이 안 통하는 것은 물론 문화적 차이까지 극복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최고 대우를 받았던 스타들이 이를 포기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바닥부터 시작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성패를 좌우한다. 국내에서 최고의 스타일지라도 해외에 가면 신인의 자세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신인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마음자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 보아 등 성공한 스타들은 “해외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서’가 아니라 ‘어떻게’ 활동 하느냐다”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실력이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본진출에 성공했던 가수 보아가 제일 먼저 배운 것은 댄스도, 노래도 아닌 외국어였다. 언어는 보아를 세계무대에 진출시키기 위한 필수적 훈련 코스였다. 보아는 방학 때마다 일본 NHK 아나운서의 집에 머무르며 일본어를 익혔다. 이에 따라 보아는 일본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됐고 영어 회화도 가능하게 됐다.
한국스타들에 앞서 미국시장에 진출한 액션스타 청룽(成龍)은 동양배우들의 할리우드 영화시장 진출의 필수적 요소로 능숙한 영어 구사 능력을 꼽는다.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촬영 때마다 영어 대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능숙한 액션과 달리 언어는 쉽게 극복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청룽은 “영어가 능숙하지 못하면 배역이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대사도 지극히 단순한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할리우드 진출이후 ‘러시아워’ ‘상하이나이츠’ ‘턱시도’ 등 다양한 액션영화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언어적 문제 때문에 영어가 능숙한 할리우드 배우와 꼭 파트너를 이뤄 출연했다. 가수 비 역시 자신의 한계로 언어를 꼽았다.
ABC 캐스팅 담당 부사장 켈리리도 김윤진의 ‘로스트’ 진출 성공사례를 지적하면서 “할리우드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숙련된 영어 구사이고 그 다음이 보다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라며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진출을 시도했던 연기자 박중훈은 한국 배우가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비영어권인 아시아 배우가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왜 저 사람이어야만 하는가’라는 확실한 개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그 나라에 없는 뭔가를 보여줘야 된다는 것이다.
한류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울연가’ 등 드라마에 그 나라에선 볼 수 없었던 애달픈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지 전문가들 역시 국내 스타들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어설프게 미국을 따라하는 것보다 미국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하라는 주문이다.
영화 ‘디파티드’의 프로듀서 로이리는 “한국콘텐츠가 가진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무엇보다 독창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 ▲ 영화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의 다니엘 헤니, 드라마 '로스트'의 김윤진, 그리고 올해 말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첫 주연을 맡은 비(사진 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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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작은 배역, 작은 무대를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국내에서 누렸던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보아와 동방신기도 해외진출 초창기에는 화려한 무대가 아닌 수십 명 앞에서 노래를 부른 일화로 유명하다.
미국의 팝스타들 역시 자신의 색깔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최근 내한 기자회견에서 “아주 소규모 클럽에서부터 꾸준히 활동을 하다보면 조금씩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팬들도 늘어난다”며 이 같은 사실을 대변해줬다.
프로듀서 박진영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꿈꾼다. 국내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늘 더 큰 세상에서의 신세계를 꿈꿔왔다.
그런 박진영이 있었기에 지금의 월드스타 비가 존재할 수 있었다. 사실 박진영이 해외진출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은 비웃었고 실제 그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박진영이 뭔가를 꿈꾸지 않았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몇 해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국 진출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듀서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박진영은 이제 모두가 어렵다는 원더걸스로 미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원더걸스는 지난 6월부터 미국의 인기 아이돌 록그룹 '조나스 브라더스'의 북미 투어에 오프닝 특별 출연자로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진 '노바디' 한 곡만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무명 신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원더걸스는 석 달째 이 무대에 서고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토크쇼에도 출연하며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금은 미국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지만 가수 비도 첫 공연에선 조롱의 대상이었다. 미국 공연이 끝난 뒤, 현지 언론들은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온 가수는 마이클 잭슨을 흉내 낸다”며 비를 폄하했다. 미국 내에서도 인종간·민족간 차별과 배타적 문화는 극심하다. 하물며 외모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낯선 동양 스타들의 시장 진입을 흔쾌히 허락할 리 만무하다. 이를 이겨내고 성공을 거둬야 인정을 받을 수 있고 비로소 자신의 영역이 넓어진다고 할 수 있다.
김윤진 등 해외 진출에 나선 스타들은 성공을 위해선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동시에 환상을 버리라고도 조언한다.
해외도 한국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게 그녀의 전언이다.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고 연예인들끼리 믿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녀는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고서는 생활하기 어려운 곳이 외국”이라며 “자기 자신을 다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화 ‘게이샤의 추억’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양자경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상당수의 배우들이 해외진출의 의욕과 달리 현지에서 소극적인데 이는 동양배우들이 다양한 배역을 맡지 못하고 악역을 맡거나, 액션 영화에만 출연하는 배경이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아시아 배우들이 다른 문화권에 진출하기란 쉽지 않고,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기는 더 힘들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배우들은 직접 제작사와 작가를 찾아가 자신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수 비 역시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현지 관계자들에게 끊임없이 ‘Trust me’를 연발했다. ‘한 번만 믿어 달라'는 이 말은 지금의 월드스타 비를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다.
성공과 실패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타이밍과 운도 크게 작용한다. 성공을 거두는 스타가 있다면 실패를 하는 스타도 있다.
하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다. 현지에서 실패했다고 그의 연예활동 전체가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활동무대가 미국이나 일본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지 활동에 집착하기 보다는 국내로 돌아와 자신을 아껴주는 팬들과 다시 만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또 국내활동을 하면서 권토중래를 꿈꿀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