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YB-디지, 가사 선정성 논란 속 '시대유감송' 화제

by양승준 기자
2008.12.11 11:38:43

▲ 가수 신해철 윤도현 디지(사진 왼쪽부터)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가사 선정성 논란 속 ‘시대유감’을 표현한 사회 비판적 노래들이 잇따라 공개돼 눈길을 끈다.

최근 가요계는 가사 선정성 논란과 더불어 "난 너무 예뻐요" 식의 의미없는 반복적 가사가 음악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회성으로 즐기고 소비되는 가사만 있을 뿐 듣는 이로 하여금 현 사회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거나 생활을 반추하게 만드는 메시지 있는 노래들이 사장되고 있다는 게 음악평론가들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가수 신해철과 YB(윤도현 밴드), 래퍼 디지-UMC 등이 사회 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시대유감송’을 공개해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9일 4년 만에 넥스트 6집 ‘666’ 파트 원을 발매하고 가요계로 컴백한 신해철은 신곡을 통해 불법다운로드와 함께 왜곡된 성장주의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신해철은 넥스트의 새 앨범에 수록된 ‘이터널 윈터 스위트’(Eternal Winter Suite)를 통해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진정한 의미의 뮤지션이 사라지고 음악이 죽고 있음을 꼬집었다. 이 노래는 최악의 용 ‘일리걸리우스 다운로두스’를 정복하기 위해 넥스트의 다섯 멤버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은유적 가사로 불법다운로드 현실을 비판했다.
▲ 가수 신해철

그는 앨범 발매에 앞서 연 쇼케이스에서도 “휴대전화 컬러링을 위해 만들어진 요즘 음악은 콩나물 머리 다섯 개로 된 멜로디가 무한 반복되며, 악기 편성도 세가지가 넘지 않는다"고 현 디지털 음악 환경을 일갈한 바 있다.

신해철은 또 ‘댄스 유나이티드’(Dance United)라는 노래에서는 성장 우선주의 정책으로 함몰된 인간 존엄성에 대해 비판의 칼을 곧추세웠다.

'엄마 아빠 죽어라고 소처럼 일하지마/ 그러다가 덜컥 병이라도 나진마(중략)/선진국 소리 집어쳐 이러다간 너도 나도 다 없어져/주민등록증 받기도 전에 우울증/이게 선진국 우리가 동네 북 무슨 선진국/'의 가사로 속도 위주의 경쟁에 매몰돼 현재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삶을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 그룹 YB

YB도 ‘토크 투 미’(Talk to me)란 신곡으로 악플러들에 일침을 날렸다.

‘토크 투 미’는 익명으로 악의적인 댓글을 달아 여론을 몰아가고 욕설과 비난으로 특정인 을 공격해 죄가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행태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담은 노래다.



YB는 ‘오 제발 그만해요 가시같은 말들은/오 진짜 답답해요 왜 이렇게 됐나요(중략)/숨어서 지껄여놓고 물불 가릴 줄 모르고 돌팔매 몰매질 하고/소 퍼니(so funny)’와 같은 가사로 현 문근영 기부 관련 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악플러’ 문제를 가열히 비판했다.

이 곡을 만든 윤도현은 "YB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밴드”라며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최소한 사람의 마음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한 사람이라도 우리의 음악을 듣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노래를 만든 계기를 전했다.

▲ 래퍼 디지


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화제가 된 래퍼 디지는 래퍼 UMC와 손잡고 다시 한번 사회 비판적인 곡 ‘노 불렛, 벗 밸롯츠’(Not Bullets, But Ballots)를 최근 공개했다.

지난 11월 말 발매된 힙합 프로듀서 7인의 프로젝트 앨범 ‘더 뮤지움- 재즈 힙합 심포니’에 수록된 이 노래에서 디지와 UMC는 정부의 촛불 시위 무력 대응에 대한 비판을 가사로 풀어 화제가 됐다.

디지와 UMC는 ‘전경들이 후드려 패 열받기도 하구요/한 여름인데도 물대포에 입술이 퍼래지기도 하구요/소화기 최루가스에 머리가 허얘지구요/잡힐세라 뛰어다니다 신발이 더러워지구요’라는 가사를 통해 촛불 시위에 대한 경찰 당국의 대응을 비꼬았다.

더 나아가 디지와 UMC는 이런 부조리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사람들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가사를 통해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