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운명은?]③올림픽 취소보다 연기 더 어려운 이유

by이석무 기자
2020.03.06 08:51:09

2020 도쿄 올림픽의 연기 가능성을 거론한 하시모토 세이코 일본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하시모토 세이코 일본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이 오는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연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일본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인 하시모토 담당상은 지난 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변했다.

“개최 도시 계약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취소할 권리를 지니는 것은 ‘본 대회가 2020년 중 개최되지 않는 경우’라고만 쓰여 있다. 이에 따라서는 2020년 중이라면 연기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 관계자가 연기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어서 이 발언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일본 입장에선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치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면 몇 달이라도 개최를 미루는 것이 차선이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세이메이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4일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이 무산될 경우 일본 경제손실 예상액은 2조6000억엔(약 2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카하마 이코노미스트는 관람객의 숙박과 이동 등과 관련한 개인 소비 부문 손실을 1조8000억엔, 방일 외국인의 소비 부분 손실을 8000억엔으로 각각 추산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일본은 반드시 올림픽이 개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의 바람과 달리 올림픽 연기는 녹록치않다. IOC는 하시모토 담당상의 올림픽 연기 발언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IOC는 집행위원회 성명을 통해 “도쿄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며 전 세계 선수들은 도쿄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준비하라”고 밝혔다. ’정상적으로’라는 표현에는 ‘올림픽 연기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IOC의 의지가 강하게 담겨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4일 스위스 로잔 IOC 본부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회의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올림픽) ‘취소’(cancellation)나 ‘연기’(postponement)와 같은 단어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역 최장수 IOC 위원인 딕 파운드(캐나다) 위원은 최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IOC가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취소를 택할 것”이라며 “올림픽 규모를 감안할 때 단순히 ‘올림픽을 10월로 미루겠다’는 식으로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도쿄올림픽을 연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방송사 NBC와 중계권 계약 때문이다. NBC 유니버설은 2032년까지 올림픽에 대한 미국내 독점 중계권 계약을 얻는 조건으로 77억5000만달러(약 9조2000억원)에 체결했다

올림픽이 7월에서 10월로 연기되면 미국 프로농구(NBA) 시즌 개막, 미국 프로야구(MLB) 포스트시즌과 겹친다. NBC가 올림픽 중계가 자국 내 프로스포츠 이벤트와 겹치는 것을 원할 리 없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IOC 수입의 80%가 중계권 판매에서 나오고 그 절반이 미국 NBC에서 나온다”며 “NBC가 반대하면 올림픽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NBC의 영향력은 지난 올림픽에서도 잘 드러났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었던 피겨스케이팅 남녀 싱글 결승전은 아침 10시에 열렸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는 미국의 강세 종목인 육상이나 수영의 결승전이 밤 10시에 개최됐다. NBC의 압력으로 개최국 시간과 상관없이 미국 저녁시간에 맞춰 경기가 열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