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정치인 가족 예능까지…폴리테이너 VS 일시 유행

by김윤지 기자
2017.07.04 06:00:06

사진='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 정치인이 예능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이 나서는 케이블채널 tvN '알쓸신잡'을 비롯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tvN '둥지탈출' 기동민 의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선 당시 1회성 게스트 출연했던 사례와 다소 달라졌다. 최근에는 현역 정치인들이 고정 출연자로 TV에 얼굴을 비춘다. 소재도 확장됐다. 아내와 자녀 등 가족과 함께 출연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한편에선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정치인, 방송가 새 얼굴로

최근 정치예능이 아닌 가족예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17일 첫 방송하는 '둥지탈출'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과 아들 대명 씨가 출연한다. '둥지탈출'은 유명인사 부모의 자녀가 가족의 품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는다. 자녀들은 지난 5월 네팔에서 촬영을 마쳤다. 부모들은 스튜디오에서 해당 영상을 감상하며 토크를 나눈다. 기 의원은 부모 중 한 명으로 함께 한다. 이달 중 방송예정인 '동상이몽2'에는 성남시장 부부가 출연해 남녀 간의 시각차를 보여준다.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꾸준했다.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고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곤 했다. 20~30대 젊은 표심 잡기가 주목적이었다. 권위를 내려놓은 친근한 모습은 호감을 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1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당시 화제가 됐다. 혹은 tvN '고소한 19'(2012~2015)의 강용석 전 국회의원처럼 현역이 아닌 정치인 출신이 주를 이뤘다.

사진='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

◇친근함·새로움 잡고 윈윈(Win-Win)

현역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당사자에게도 부담이 크다. 사소한 말이나 행동으로 구설이 휘말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능은 인지도와 친밀함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특히 가족예능은 정치인이 아닌 남편이자 아빠로서 모습을 보여준다. '둥지탈출'을 연출하는 김유곤CP는 "기 의원의 아들 동민 씨가 2014년 재보궐선거 당시 잘생긴 외모로 주목 받았다. 이 때문에 섭외를 진행했는데 기 의원이 의외로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 대명 씨가 어린 시절 조부모와 살았기 때문에 아들에 대한 궁금증과 미안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늘 새로움을 찾는 제작진에겐 시의적절하면서 신선한 얼굴이다. 대체적으로 전문 방송인에 버금가는 입담을 자랑해 매력적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알쓸신잡'에서 '박식한 수다쟁이' 캐릭터로 활약한다. 늘 식사 메뉴 선정을 두고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와 티격태격한다. 고집을 부리던 그는 "내가 이러다 정치에서 망했다"는 '셀프 디스'로 웃음을 안긴다. 한때 정계에 몸을 담았던 유 전 장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농담이다.

◇방송가 변화 혹은 일시적 유행

일각에선 지난 연말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방송가의 변화로 풀이한다. 한동안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으로 정치에 대한 검열 내지 반발이 있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상황도 달라졌다. 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tvN ‘SNL코리아 시즌9’는 풍자를 강화했다. 그중 ‘미우프’ 코너는 정치 현실을 패러디하는 인기 코너다. 문재수·정으니·강시 등 실명을 살짝 비튼 재치있는 작명이 돋보인다. 한동안 뜸했던 정치인의 예능 출연이 대폭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고, 정치인과 대중의 거리감이 좁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일시적인 유행에 머물 수도 있다. JTBC ‘비정상회담’으로 외국인 방송인이 단골 게스트로 출연하고, ‘쿡방’이 인기를 누리면서 셰프의 전성시대를 맞이한 것과 비슷하다. 이재원 한양대 겸임교수는 “정치인과 대중의 소통 창구가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다른 방송인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볼거리로만 끝난다면 아쉬운 결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