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숙인 KPGA 수장의 호소

by조희찬 기자
2016.12.21 06:00:00

지난해 11월 28일 양휘부 회장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제17대 회장에 당선 확정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여러분이 함께 도와주시기를 부탁한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양휘부 회장은 올해 공식 석상에서 유독 ’도움’ 또는 ‘부탁’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한 단체의 리더가 즐겨 쓰는 단어는 아니다. 특히 가장 보수적인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인 골프에서, 그것도 ‘갑’인 협회의 수장으로부터는 더더욱 아니다.

그만큼 KPGA는 어렵다. 2008년만 해도 총 20개 대회를 개최했다. 2011년에는 132억원으로 역대 한 시즌 총상금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몇년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2012년부터 대회 수가 매년 14개로 줄더니 2015년엔 12개를 여는데 그쳤다.

양휘부 회장은 국내 남자골프 침체기의 최절정이었던 올해 초 제17대 KPGA 회장으로 추대되며 “대회 수를 2016년 안에 18개로 늘리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양 회장의 생각보다 남자골프는 더 깊은 늪에 빠져 있었다. 양 회장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KPGA는 올해 1개 대회를 늘리는데 그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KPGA의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 역시 양 회장 때문이다. 양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2016 대상 시상식에서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반성’의 환영사를 읽어 내려갔다. “작은 성과라면 1개 대회를 늘린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주변의 도움으로 더 많은 대회를 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열린 2017 KPGA 코리안투어 일정 발표 기자간담회. 양 회장은 다음 시즌 15개 대회 개최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발표를 앞둔 3개 대회를 더하면 총 18개 대회가 열린다. 협회가 주장한대로 3개 대회의 평균 총상금이 10억원이 넘을 경우 역대 KPGA 투어 한 시즌 최다상금액도 경신할 수 있다.



양 회장은 간담회에서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아마도 내년 스케줄을 이렇게 미리 기자분들께 다 모아서 발표하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올해 우리는 거의 ‘빈사 상태’에서 매 대회를 치렀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스폰서와 장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한 달 전에 대회 장소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집행부가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17개 지자체 중 15개의 단체장을 만났습니다. 확정된 것만 15개(대회)고 최소 20개 이상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는데 기한보다 1년이 더 걸렸다. 하지만 양 회장은 핑계 대신 자세를 낮췄다. 결국 국내 남자 투어는 다시 전성기로 도약할 기회를 얻었다.

2017시즌은 남자골프에게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늘어난 대회 수 말고도 10월 처음 국내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대회 더CJ컵 나인브릿지, 메이저대회 디오픈 출전권(1, 2위) 2장이 걸려 있는 한국오픈도 국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2017시즌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은 내년 4월 20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한국오픈은 디오픈이 열리기 전인 6월 1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