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경, "갑상선암 극복…내 인생의 전환점"(인터뷰)
by장서윤 기자
2011.07.11 11:21:00
[이데일리 스타in 장서윤 기자] "어렸을 땐 좀 나이들어보인다는 얘길 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젊어 보이는 것 같아요"(웃음)
요즘 이 사람, 활약이 무섭다. 상반기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마마`에 이어 최근 인기리에 방송중인 MBC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까지. 본업인 뮤지컬 무대뿐 아니라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며 활동 영역을 확장중이다.
개성있는 캐릭터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그는 실제 나이인 46세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것은 물론, 각종 강의를 통해서도 20-30대 여성들의 롤모델로 꼽히고 있다.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녀만의 카리스마의 원천은 무엇일까.
"뮤지컬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영화나 TV에서도 아무래도 개성적인 역할을 많이 맡겨주시는 것 같다"며 웃음짓는 그는 "사실 토속적인 캐릭터도 잘 하는데 대중이 원하는 건 그 사람의 모습과 잘 어우러지는 것이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런 걸 해야 더 빛이 나고"라며 자신만의 생존법을 전한다.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서구적이면서도 개성을 뿜어내는 그의 외모는 실은 오랫동안 그의 불만거리였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독특함은 자신만의 무기가 됐다.
"전엔 좀 도화지같은 느낌의 배우들이 좋았었다"는 그는 "반면 나 같은 얼굴은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외양이라 이미지 변신은 어렵지만 그래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확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그에게 녹록지 않았던 시간이 많았다. 작년 8월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후 10월말부터 영화 촬영을 시작한 그는 목소리를 잃을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수술을 받을 당시 어쩌면 목소리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었다"는 그는 "하고 싶은데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됐지만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용기를 냈다"며 결론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됐다며 웃는다.
영화 속에서 성악가 캐릭터를 연기하며 다시금 연기에 대한 열정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전수경은 "한참 아플 때 찍었는데 옆에서 많이 위로해주더라"라며 "목소리가 안 나오면 되는대로 하면 되지 않냐는 주위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놓는다.
영화 촬영이 끝난 후 미뤄왔던 대학원 공부도 시작했다. 한양대학교에서 연극영화학과 석사 과정을 밟으며 늦깎이 공부에 다시금 도전하는 것. 작품 촬영과 뮤지컬에 공부까지 병행하려면 눈코 뜰 새 없지만 그는 스스로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뮤지컬 무대에서 한두 차례 느꼈던 `위기감`이 자리한다.
"나도 한번 나도 큰 고비가 있었다"며 말문을 연 그는 "1997년과 2005년에 두 차례 배역에서 밀려나는 상황에 맞닥뜨리며 `세상은 내 생각보다 잔인하구나`라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다"고 전한다.
"배우로서 중의 사랑을 받으려 내가 나를 단련시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느끼면서 그렇다고 칼을 간다기보다 더 즐기면서 나를 특화하고 계발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도전적인 환경이 그를 힘들게 하긴 했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 "일을 워낙 좋아하니까, `이건 나뿐만 아니라 모두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는 그는 이제 배우로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언젠가는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아보고 싶다는 소망이 그것이다. "외국 영화 속 나이 든 여주인공들이 멋지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꼭 상을 받는 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연기자로서 나이들어서도 인정받고 싶다는 목표치가 생겼다"고 귀띔한다.
그런 이면에는 지난해의 시련이 그를 더 단단하게 해 줬다.
"너무 앞만 보며 살았구나, 싶어 주위도 보고, 사람들도 둘러보게 됐다"는 그는 항상 더 나은 것, 좋은 것만 바라보며 살지만 어느 순간 그러지 못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 시간"이라며 웃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