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 '병룡, 광현에게서 길을 보다'

by박은별 기자
2012.10.18 10:10:04

송은범.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플레이오프 전적 1승 1패. SK로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2차전이었다. 연장 10회, 역전패를 당했다.

승리의 열매가 달콤하듯, 다 잡은 듯 했던 승리를 놓친 슬픔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3차전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19일 원정인 사직구장에서 치르는 3차전마저 내준다면 SK의 가을 DNA도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SK는 선발송은범을 내세워 반격을 노린다. 올해 롯데전에서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1승1패, 평균자책점은 4.91. 무엇보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신경이 쓰일 법 하다. 3이닝동안 7피안타에 1사사구 4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송은범으로선 찝찝한 결과였다.

그래도 그는 ‘포스트시즌의 힘’을 믿는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할 수 있는 힘 말이다.

먼저 2009년 채병용의 모습을 떠올렸다. 채병용은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찢어진 상태에서도 포스트시즌에 자원 등판해 엄청난 투혼을 발휘했다. 수술 날짜까지 잡아놓은 상태였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공을 던졌고 그의 투혼은 SK를 깨웠다.

당시를 떠올린 채병용은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마운드에 서니 초인적인 힘이 생기더라”고 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괴력투를 선보인 김광현 역시 그렇다. 김광현의 몸 상태도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어깨 통증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김광현은 언제 아팠냐는 듯 6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역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룸메이트 김광현의 호투를 본 송은범은 “진짜 아픈데도 그렇게 던지는 것을 보면 포스트시즌이라는 힘이 정말 생기나보다”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큰 무대라는 것에 신이 나서인지 공을 정말 신나게 던지는게 눈에 보이더라는 설명이었다.

김광현도 “전날 까지도 상태가 썩 좋지 못했는데 당일 어깨 상태는 정말 좋았다”며 포스트시즌이 주는 ‘초인적인 힘’을 믿는 듯했다.

송은범은 그런 채병용과 김광현을 바라보며 길을 찾고 힘을 얻기로 했다. 그 역시 몸이 100%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야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시즌 중반엔 부상이 재발하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시즌이 끝난 후 가진 청백전, 연습경기에서도 그는 등판을 거르고 쉬었다.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마운드는 평소 마운드에 오르는 기분과 다르다. 100% 몸상태의 마음가짐과 한 차례 수술을 받고 마운드에 서는 건 부담감, 긴장감에 있어 차원이 다르다. 송은범이 넘어서야 할 과제기도 하다.

자신의 몸 상태가 좋지 못한데서 오는 두려움, 다시 부상이 찾아오진 않을지 하는 걱정스러움이 결과를 어둡게 만드는 일도 참 많았다.

그는 채병용과 김광현의 사례를 옆에서 지켜 보며 그에게도 ‘초인적인 힘’이 생겨주길 바라고 있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진리를 그도 체험해 보고 싶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