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에 비춰 본 유먼의 '미친 존재감'
by정철우 기자
2012.07.19 09:57:25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롯데 투수 유먼은 18일 목동 넥센전서 7이닝 동안 7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8번째 승리(3패). 이날 승리로 팀 3연패도 끊으며 시즌 40승째를 이끌었다.
이날 유먼의 호투는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그가 에이스 장원준의 빈자리를 확실하게 메워주며 롯데의 전반기를 리드했음을 증명하는 한판이었다. 그만큼 많은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롯데는 지난 7일 사직 삼성전서 승리한 뒤 열흘간 이겨보지 못했다. 연패는 3패 뿐이었지만 우천 취소 경기가 많아 계속 지는 흐름 속에 있어야 했다. 차라리 경기를 했다면 짐을 덜 수 있는 기회라도 잡을 수 있었을 터. 그러나 잦은 비는 그런 기회마저 봉쇄했다.
게다가 롯데는 아홉수 중이었다. 39승 이후 고비를 넘겨내지 못하며 시간만 길어지고 있었다. 그 기간이 무려 11일 째. 윤석환 SBSESPN 해설위원은 “지는 흐름 속에서 장마에 쉬면 피로가 덜 풀린다. 쉬어도 쉬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흐름은 누군가 미쳐주는 선수가 나오며 끊어줘야 한다. 유먼이 그 역할을 해낸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단순히 잘 던진 것 만이 아니다. 이날 유먼은 홀로 7이닝을 책임졌다. 5-0, 여유있는 리드 상황에서 최대성만 더 쓰고 경기를 매조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전날 경기서 7명의 투수를 투입하고도 3-6으로 역전패 한 롯데였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선발 이용훈을 5회에 교체하는 강수까지 뒀다. 어떻게든 빨리 연패 흐름도 끊고 아홉수도 넘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 18일 경기에는 불펜을 많이 쓸 수 없다는 핸디캡까지 안고 있었다. 이 모든 나쁜 흐름을 유먼이 끊어준 것이다. 그에게서 진정한 에이스의 향기가 났던 이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먼이 팀의 기운을 이끌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표 참조)
유먼은 롯데가 올시즌 40승을 거두기까지 네 차례의 아홉수 경기 중 3번이나 고비를 넘기는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지난 6월21일 SK전 이후로는 팀이 7연승을 질주하는데 시발점이 되어 주었다.
그냥 승리투수가 된 것만이 아니다. 3차례 경기서 24.1이닝을 던지는 동안 자책점 0다. 6월21일 SK전서 내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비자책 2점을 내준 것이 전부였다. “완벽했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투구였다.
아홉수에 막혀 승수 추가에 어려움을 겪는 팀은 자칫 슬럼프에 빠져 시즌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논리적으로 설명은 어렵지만 심리적으로는 선수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뭔가 찜찜한 경기.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마운드에 올라 최고의 투구를 보여주는 투수가 있다면 선수들의 신뢰도는 급상승할 수 밖에 없다. 올해 롯데에선 유먼이 바로 그런 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