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①]2009 연예계 '뽀로로 세대'가 주도했다

by윤경철 기자
2009.12.14 10:57:29

▲ 소녀시대, MBC 드라마 '선덕여왕', 영화 '국가대표' '해운대', 걸그룹 카라(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사례1)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모씨(37)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대화를 하다 깜짝 놀랐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주인공 미실이 죽던 날 아들이 학교에서 이 사실을 몰라 왕따를 당했던 사실을 접했기 때문이다. 신씨 아들에 따르면 ‘선덕여왕’의 경우 초등학생이 볼 수 없는 드라마였지만 이 반 학생의 절반 이상이 드라마를 시청할 정도로 초등학생 열성팬들이 많았다.

사례2) 20년째 가요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제작자 A씨는 요즘 10대가 아니면 아예 오디션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과거엔 20, 30대라도 가창력만 있다면 연습생으로 받아들였지만 유난히 아이돌 가수들이 강세를 보인 올해부터는 10대, 그중에서도 초등학생 캐스팅에 만 열을 올리고 있다.

뽀로로 세대가 올 대한민국 연예계 새로운 파워그룹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뽀로로 세대는 만화영화 ‘뽀롱뽀롱 뽀로로(이하 뽀로로)’가 방영된 2003년부터 이 만화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를 일컫는 말로 현재 10~15세가 여기에 해당된다.

뽀로로 세대는 1자녀 가구 속에서 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가요계는 물론 드라마, 영화의 흥행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대중문화의 새로운 소비세대로 자리 잡으면서 뽀로로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나 영화 등도 잇따라 성공을 거두고 있는 추세다.

뽀로로 세대의 급부상은 올 한해 유난히 강세를 띤 걸그룹의 급부상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소녀시대, 카라, 애프터스쿨, 브라운 아이드 걸스 등 올 한해 국내 가요계는 아이돌, 그중에서도 하이틴 걸 그룹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또래 문화를 좋아하는 뽀로로 세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또래 그룹의 모든 것을 구매한다. 실제 모 걸 그룹의 팬은 음반매장에서 무조건 10장 이상의 음반을 구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걸 그룹은 데뷔초 단순한 후크 송과 기획가수라는 비난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런 뽀로로 세대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올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 뽀로로 세대들은 소녀시대의 ‘지지지’를 연발했고 카라의 엉덩이춤과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시건방춤’을 따라하면서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냈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히트드라마 뒤에는 어김없이 뽀로로 세대가 있었다.

올해 시청률 1, 2위를 다투며 많은 사랑을 받은 ‘선덕여왕’, ‘찬란한 유산’ 등의 성공은 뽀로로 세대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 드라마에는 고부간의 갈등이나 치정이 아닌 뽀로로 세대들이 즐겨봤던 만화 영화 ‘뽀로로’처럼 권선징악의 부각이 두드러진 점이 이채롭다.

영화계 역시 뽀로로 세대가 관람할 수 있는 12세 관람가의 대박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해운대’와 850만 관객을 넘어선 ‘국가대표’ 역시 12세 관람가 였고 외화중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작품들은 대부분 뽀로로 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로봇과 화려한 그래픽 등으로 무장, 괄목할만한 흥행 성적을 보인 공통점이 있다. 실제 관람객중 뽀로로 세대들이 상당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12세 관람가 영화들은 어린 10대들이 그들의 부모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는다는 점에서 관객동원에 기여하는 바가 더욱 크다”면서 “10대들은 영화뿐만 아니라 가요, 드라마 그리고 CF 등 전방위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