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퀸' 이미림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우승 아직 안 믿어져"
by주영로 기자
2020.09.14 08:36:30
ANA 인스퍼레이션 18번홀 기적 같은 칩인 이글
17번홀 보기 후 18번홀에서 버디 필요하다고 생각
극적인 이글로 마무리..연장 버디로 첫 메이저 우승
"정말 믿을 수 없는 일..가족 만나면 실감 날 듯"
| 이미림이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 뒤 대회 전통에 따라 18번홀 호수에 빠지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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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정말 믿을 수가 없다.”
18번홀(파5)에서 극적인 칩인 이글로 메이저 대회 우승에 성공한 이미림(30)은 그 순간을 다시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 마지막 4라운드. 이미림은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해 선두에 2타 뒤진 채 마지막 18번홀에 섰다. 파5 홀이었지만, 2타를 줄이는 건 쉽지 않다.
이미림은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겨 펜스 근처까지 가는 바람에 우승과 거리가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이미림은 가장 어려운 조건에서 기적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내리막 경사에서 친 칩샷이 홀을 따라 굴러가더니 깃대를 맞고 그대로 홀 안으로 떨어지면서 이글이 됐다. 한꺼번에 2타를 줄인 이미림은 넬리 코다(미국)와 동률을 이뤘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이미림은 코다,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동타를 이뤄 3명이 연장에 합류했다. 이미림의 말처럼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선 이미림이 버디를 기록했고, 코다와 헨더슨은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하면서 승부가 갈렸다.경기 뒤 이미림은 “17번홀에서의 결과가 조금 실망스러웠기에 18번홀에서는 버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샷을 하고 났을 때 잘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2013년 LPGA 투어에 데뷔해 2014년 마이어 클래식에서 첫 승을 거둔 이미림은 2014년 레인우드 클래식 그리고 2017년 기아클래식에서 3승째를 달성한 뒤 3년 여 만에 4승째를 기록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은 처음이다.
이번 우승으로 46만5000달러(약 5억5000만원)의 상금을 받은 이미림은 LPGA 투어 통산 466만7546달러(약 55억4000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2009년 한국여자프로(KLPGA) 투어에 데뷔해선 2011년 에쓰오일 챔피언십, 2012년 한국여자오픈, 2013년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자신의 첫 번째 메이저 우승을 달성한 이미림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잘 모르겠다. 믿지 못하겠다”고 기뻐했다. 이어 공식 기자회견에서 “연장을 앞두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빨리 끝내자고 생각하고 쳤다”며 “아직 믿기지 않는데 가족을 만나야 우승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미림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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