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①]'우린 공정해! 그건 니 생각이고~'

by윤경철 기자
2009.11.23 10:54:14

연말 연예계 공정성 시비 '시끌'

▲ 최근 잇따라 열린 시상식에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투애니원, 지드래곤, 장나라(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사례1)지난 달 영화 ‘하늘과 바다’의 제작자인 주호성은 열변을 토로했다. 할리우드 영화들과 차별되는 교차상영, 이른바 ‘퐁당퐁당’ 상영에 대한 불만이었다. 영화계에서 ‘퐁당퐁당’이라는 은어로 불리는 교차상영은 조조와 심야 시간대를 비롯해 관객이 별로 없는 시간대에 2편 이상의 영화를 나누어 편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주호성은 “교차상영으로 가족들까지도 영화관에서 표를 구하지 못했다”며 “포스터조차 부착하지 않은 극장이 많은 가운데 교차상영이 전국적으로 실행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제작사 측은 12일 만에 필름을 전격 회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사례2)얼마 전 열렸던 한 음악축제에 국내 대형기획사들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했다. 이중에는 장르별 최고라는 SM엔터테인먼트와 인우기획이 속해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보아, 동방신기를 비롯하여 국내 최고의 걸 그룹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의 소속사이며 인우기획은 트로트 스타 장윤정과 박현빈의 소속사다. 이들은 이 음악축제가 후보 선정과 관련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보이콧을 선언했다.

연예계가 공정성 논란으로 시끄럽다.

매년 잡음이 끊이질 않는 시상식과 함께 영화계에 매년 불고 있는 상영관 문제가 중심에 있다. 이뿐이 아니다. 음악 순위프로그램 출연문제에서부터 드라마 출연에 이르기까지 연예계에 크고 작은 형평성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음악 시상식은 형평성 논란에 있어 매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상이 제한돼 있는데 반해 받고자하는 가수들은 많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동시에 납득할 만한 차트나 데이터가 부족하다보니 늘 시비가 붙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한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이 주최하는 시상식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인우기획 등 국내 가요계를 이끌고 있는 대형 기획사들의 잇단 보이콧을 선언했다. 급기야 올해 최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소녀시대는 돋보이는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 대회에서 상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영화계도 상영관 문제로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한마디로 ‘왜 똑같이 대해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영화 ‘하늘과 바다’에 이어 얼마 전에는 영화 ‘집행자’의 주연 배우 조재현과 최진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사 및 배급사 대표 등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영화의 희망을 지켜 달라’며 교차상영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중소 영화들의 생존권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며 문화체육관광부를 방문해 유인촌 장관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보인 것은 개봉초반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랭크됐지만 블록버스터 영화와 국산 코미디 영화의 개봉 등으로 2주 만에 ‘교차상영’을 통보 받았기 때문이다.

교차상영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문제지만 해결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작사는 극장 탓을, 극장은 영화의 대중성 등 제작사 탓만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연예계 형평성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인 가수나 신인 연기자도 유사한 불만을 토로한다. 가요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에 출연해 실력을 평가받고 싶은데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연예계 형평성 논란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잘잘못을 가리기가 힘들다.

한쪽에서는 불평등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대중과 관객이 원하는 평등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다보니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애꿎게 피해를 보는 것은 팬들과 관객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가요프로그램, 음악축제 등에서 만나지 못하고,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상영관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일이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실제 음악축제에서 소녀시대를 보지 못한 네티즌들은 아쉬움을 토로했고, 영화관을 찾았다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의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방송관계자들은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는 형평성 논란은 연예계의 심각한 문제”라면서 “기획사나 영화사, 방송사 모두 이해관계를 떠나 대중이나 관객들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