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의 포토에세이]늘어가는 '포토홀릭', 그 매력이 뭐길래...
by김정욱 기자
2008.02.01 11:20:54
| ▲ 사진 마니아로 알려진 배두나, 박지윤, 이병진(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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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정욱기자] 제 2의 인사동이라 불리울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삼청동. 이색적인 전시가 끊이지 않는 갤러리와 높은 건물 하나 없는 고즈넉한 풍경에 어울리는 각양각색 카페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카페에 앉아 한가로이 차 한잔을 즐기며 창밖으로 거리를 내다보면 거짓말 조금 보태 지나가는 사람 세 명 중에 한 명은 꼭 카메라를 지니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진 동호회로 보이는 무리들이 모임을 갖기도 하며, 쇼핑몰 피팅촬영을 나선 모델들이 촬영 삼매경에 빠진 모습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며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인구가 천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프로사진 작가 못지않은 실력으로 활동중인 아마추어 연예인 사진작가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 중 몇몇은 단순히 취미를 넘어서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글과 함께 담아 사진집으로 출간하기도 하며, 사진 전시회를 열어 자신의 실력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뽐내기도 한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연예인들의 이같은 사진 사랑은 여러 포털 사이트를 통해 소개되고 기사화 되어 사진 마니아들을 더욱 즐겁게 하고 있다. 이들이 어떤 기종의 카메라를 사용하는지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왜 사진에 열광하는 것일까? 과연 어떤 매력이 있길래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일단 사진의 탄생과 그 당시 사회적 배경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보다 상세한 내용은 인터넷이나 관련 서적을 참조하길 바란다)
1839년 8월19일 니엡스와 다게르의 은판사진술이 프랑스에서 국가적으로 공인되었고 이날이 바로 사진의 탄생일로 정해졌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여러 학자들이 보는 관점에 따라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사진술, 즉 사진이란 것이 왜 탄생하게 되었고 최초의 사진 용도는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1750년 전후의 사회적 변동과 함께 중산층의 위상이 높아진다. 이 계층들이 다른 사람에게 그들의 지위상승을 보여주고 또한 자신들을 그 계층 속에 스스로 귀속시키고 돋보이게 하려는 차원에서 초상화 제작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다량의 초상화 복제품에 대한 요청이 생겼고, 당시 초상화를 위한 도구로 쓰였던 카메라 옵스큐라의 영상이 실용적 기술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생겨났다.
이같은 시대적 대중들의 요구에 따라 사진술이 발달하게 되었고 급기야 사진이 탄생하게 된다. 이같은 기술발달로 인해 자신의 신분계층을 나타내는 상징적 행위인 초상화 제작이 가격면이나 대량복사에 유리한 초상사진으로 대체되며 유행하기 시작한다.
2002~2003년. 미니홈피란 이름의 사이버상 개인공간이 생기며 이를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미니홈피가 생겨나면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발달했다고 봐도 무방할만큼 당시 미니홈피 열풍은 대단했고 지금까지 그 인기가 이어져오고 있다.
미니홈피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제일 즐겨찾는 카테고리가 바로 사진폴더다. 디카 든 폰카 등 손쉽게 사진을 찍어 간단히 작업해 글과 함께 간단히 업로드 시킬 수 있다.
이 사진폴더를 들여다보면 주를 이루는 것은 아마도 자신들의 사진이 아닐까 싶다. 자기애(愛)를 넘어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현대 젊은이들의 성향과 맞물려 이른바 '셀카' 사진들이 넘쳐난다. '셀카' 찍는 방법도 나날이 발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화장실도 주요 촬영 장소로 이용된다.
또한 '셀카'를 넘어서 마치 잡지 화보 속 주인공처럼 패셔너블한 느낌의 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7~80년대 관광사진의 어색한 포즈와 표정이 아닌 그야말로 잘 연출된 사진을 원하는 그들에게 고급 카메라 기종은 필수로 자리매김한다. 원하는 사진을 얻기 위해 좋은 카메라를 원하는 것. 그리고 그 카메라를 보다 잘 쓰기 위해 공부하는 것. 정식으로 사진 공부를 하지 않아도 그들은 자신들의 욕구에 의해 자습하고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19세기 위상이 높아진 중산층들의 초상사진과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셀카사진. 이 둘을 비교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을 보여주고 알리려는 부분에선 그 목적이 일치하고 그것이 일반 대중들이 사진에 관심을 갖는 가장 기본적인 첫번째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세계 최초의 사진은 무엇일까. 1827년 경 니세포르 니엡스의 '르 그라의 집 창에서 내다본 조망'이란 사진이 바로 그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집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담은 것이다.
1827년 최초 촬영한 사진이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네들 사진과 비교할 때 소재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결국 소재는 자신의 주위에 존재하는 소소한 일상들이다. 마치 고대인들이 그림이나 상형문자로 그들의 일상을 기록하듯 현대인들은 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한다.
자기가 일하는 공간이라든지 생활하는 방안의 모습이라든지, 이런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자기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기록의 대상이 된다. 또한 자신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 부모, 친구,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까지도 사진의 소재가 된다.
디카라는 아주 손쉬운 기록 장치. 마치 핸드폰을 몸에서 떨어뜨려 놓지 않듯 카메라 또한 이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언제 어디서든 손에 잡힐만한 곳에 두고 자신의 눈이 바라보는 것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렇게 찍혀진 사진은 굳이 예전 필름 카메라 쓰듯 현상하고 인화할 필요없이 컴퓨터를 이용해 미니홈피 등 자신만의 공간에 저장된다.
단순히 모아두기 위해 찍는다면 이것은 사진의 매력이라 단정짓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기록이 인터넷으로 퍼지고 퍼져 결국은 자신을 알리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불러온다. 내 주위의 일상들이 바로 나를 말해준다.
즉 '내가 찍은 사진이 바로 나'로 표현되는 것이다. 또 이 사진들이 '셀카' 사진 못지 않게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결국 사진에 대한 두번째 매력은 카메라를 이용한 일상의 기록들로 인해 자기 자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진은 다분히 개인적인 작업이다. 소재를 정함에 있어서부터 또 그 소재를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까지 모두 자신이 결정하고 판단한다. 그렇기에 지극히 주관적인 결과물이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단순히 자기 만족을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또한 자기가 찍은 사진을 혼자만 간직하며 감상하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평가 받기를 좋아한다. 하물며 투철한 작가정신으로 예술사진(굳이 그 경계를 구분하자면 순수사진)을 직업으로 삼는 사진작가들도 평론가로부터 평가 받기를 원한다.
미니홈피나 개인적 공간에 올려진 사진, 자신의 절친한 일촌의 평부터 시작해 파도타기 해 들어온 전혀 일면식도 없는 네티즌들까지 사진을 보고 느낌을 적는다. 어찌보면 어떤 게시물을 보고 댓글을 남기는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종의 예의(?)가 되어버린 듯도 싶다.
서로서로 댓글을 달며 이 사이버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교감을 한다. 또 그 속에서 새로운 사회를 형성해 간다. 사진이라는 간단한 매개물로 인해 의사소통을 하고 생각을 공유한다.
세 번째 사진의 매력은 이 부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만들어낸 사진으로 상대방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내 사진이 다른 사람을 통해 이곳저곳으로 흘러나가 결국엔 나를 알리게 되고, 나 또한 다른 사람의 사진을 퍼 옴으로써 그 상대방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새로운 재밋거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사진 찍는 이유로 '즐거우니까'라고 딱 잘라 답한다. 즐겁게 사진찍을 수 있고 또 그 결과물을 보며 즐거워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며 즐거워하며 그 사람 또한 즐거워진단다. 사진이라는 취미. 과하지 않게 즐길 줄 안다면 정말 매력적인 취미생활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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