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마스크걸, 이례적 동반 흥행 왜?…글로벌 시너지 비결은[스타in 포커스]

by김보영 기자
2023.08.23 11:03:01

'마스크걸', 1.5% 접전 끝에 '무빙' 제치고 화제성 1위
두 작품 동반 흥행에 네이버 오픈톡 방문 18배 급증
"각각 플랫폼 특성 잘 반영…당분간 시너지 이어질 듯"
히어로물 매력 살린 '무빙', 장르성 살린 '마스크걸'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디즈니+ 한국 대작 ‘무빙’(감독 박인제, 박윤서)과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마스크걸’(감독 김용훈). 각각 카카오, 네이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두 OTT 경쟁작이 이례적 동반 흥행으로 미국 극장가의 ‘바벤하이머’ 신드롬을 방불케 할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국내를 비롯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시청자들을 완전히 사로잡으며 화제성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

통상 영화 및 OTT 시장에서 두 대작이 비슷한 시기에 정면승부를 펼치면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의 화제성을 앗아가며 주도권을 잡거나, 두 작품 모두 흐지부지한 흥행 결과를 낳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디즈니+는 한국 상륙 후 지금까지 공개한 한국 오리지널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밀려 번번이 흥행에 실패했던 바 있다. 이에 고사 직전에 빠졌다는 위기론까지 대두됐지만, ‘무빙’이 가파른 흥행세로 효자 콘텐츠가 되어주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후 등판한 넷플릭스 ‘마스크걸’ 역시 쏟아지는 호평으로 화제성을 톡톡히 견인 중이다.

현재까지는 ‘마스크걸’이 ‘무빙’을 꺾고 TV, OTT 통합 화제성 드라마 부문 정상을 차지 중이다. 지난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 ‘마스크걸’은 지난 주까지 해당 부문 화제성 1위를 지키고 있던 ‘무빙’을 2위로 밀어내고 새로운 1위로 등극했다. 다만 두 작품의 화제성은 ‘마스크걸’과 ‘무빙’이 각각 21.8%, 20.3%, 고작 1.5% 격차에 불과할 정도로 접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여기에 MBC 드라마 ‘연인’까지 가세해 3파전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제성을 집계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원순우 대표는 “이미 한 번에 7화를 전부 공개한 ‘마스크걸’, 앞으로 매주 2회씩 공개할 ‘무빙’의 경쟁은 당분간 계속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대형 웹툰 플랫폼 경쟁사인 카카오와 네이버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먼저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와 김모미란 한 여자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6년 큰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김용훈 감독이 7부작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마스크걸’은 공개 전부터 톱배우 고현정과 나나, 신예 이한별이 ‘김모미’란 한 인물을 연기하는 파격적 3인 1역 캐스팅을 비롯해 안재홍, 염혜란 등 화려한 베우진으로 주목받았다. 공개 직후에는 원작을 요즘 시대적 정서에 맞게 순화하면서도 원작의 장르적 매력이 흐려지지 않게 잘 각색했다는 호평이 많다. 특히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역대급 열연이 내내 화제를 모아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칼부림 묘사 등 일부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과 선정성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장르의 범위와 수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넷플릭스의 플랫폼적 특성에 맞게 적절히 리메이크됐다는 평이 대다수다.



‘마스크걸’은 국내에서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톱10 1위에 등극한 것은 물론 아시아 주요 국가들에서도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23일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마스크걸’은 총점 557점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 글로벌 4위를 기록 중이다. 불과 이틀 전까진 267점으로 5위를 기록했고, 어제(22일) 440점대를 기록해 처음 4위로 올라선 바 있다. 아울러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일본, 인도네시아, 홍콩 등 주요 아시아 국가 8개국은 물론 도미니카 공화국, 볼리비아 등에서도 새롭게 1위에 등극하며 흥행 질주 중이다.

넷플릭스 톱10 웹사이트 따르면 ‘마스크걸’은 공개 후 3일 만에 280만뷰를 기록하며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부문 2위에 올라섰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14개 국가 톱10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무빙’의 열기도 만만치 않다. 20부작인 ‘무빙’은 지난 9일 7회차를 한 번에 공개한 이후 매주 수요일 2회씩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있다. 오늘(23일) 오후 10, 11화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 일본, 싱가포르, 대만에서 전체 1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 터키에서도 톱10 안에 들며 글로벌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동명의 카카오 인기 웹툰이 원작으로, 원작을 집필한 강풀 작가가 드라마 대본까지 맡아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킹덤’ 시즌2를 연출한 박인제 감독이 연출을 맡고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 류승범 등 톱배우들과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 괴물 신예들의 화려한 캐스팅 조합으로 공개 전부터 입소문을 탔다. 제작비 650억 원, 역대 한국 드라마 최고 수준의 예산을 투입한 대작. 할리우드에 대적할 한국형 초능력 히어로 액션물을 선보일 것이란 반가움과 함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봐 우려도 컸다. 다행히 걱정을 꺾고 히어로물의 장르적 특성과 한국적 정서를 모두 잘 살렸다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원작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면서, 원작에 없던 오리지널 캐릭터를 추가하고 등장인물의 서사와 전사를 탄탄히 구성해 몰입력을 높인다는 평이다. 실감나는 액션 연출과 화려한 CG, 주연 및 신스틸러들의 활약, 감각적인 OST로 클립 영상들까지 유튜브에서 내내 화제다.

두 작품의 인기 덕분에 네이버가 드라마 등 콘텐츠 시청자들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커뮤니티 ‘오픈톡’은 최근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월에 비해 18배나 급증했다. ‘무빙’의 관련 오픈톡엔 118만 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몰리고, ‘마스크걸’ 오픈톡에는 145만 명이 방문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의 동반 흥행이 가능했던 비결이 ‘각 플랫폼의 특성에 걸맞은 콘텐츠들 간 시너지’라고 꼽았다. 정 평론가는 “‘마스크걸’과 ‘무빙’은 넷플릭스, 디즈니+ 각각의 플랫폼 특성과 합이 잘 맞아떨어지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며 “‘무빙’은 디즈니+가 강세를 드러낸 마블 히어로물들의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추구해온 인류애의 건강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여기에 한국적인 배경과 가족애의 정서까지 녹여 ‘한국적 히어로물’로서 뚜렷한 색깔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마스크걸’에 대해서는 “사실 불편한 주제를 담고 있는 이야기다. 여기에 자극성과 선정성도 굉장히 높고 장르의 색채도 뚜렷하다”면서도, “다만 넷플릭스는 선정성과 수위, 장르성이 높아도 그 작품 자체가 지닌 완성도와 메시지가 좋다면 용인하는 분위기를 지닌 플랫폼이다. 그런 특성을 ‘마스크걸’이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