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오픈 시험대 오르자 맥 못춘 LIV파…‘자존심 지킨 존슨’

by주미희 기자
2022.06.19 13:22:57

US 오픈 극악 난이도에 무너진 LIV 골프 파
미켈슨 이틀 합계 11오버파로 컷 탈락 '굴욕'
존슨은 3라운드까지 공동 17위로 자존심
존슨 "내 결정에 후회 안해…남은 대회 기대"
US 오픈 우승하면 우승 상금 40억7000만원

필 미켈슨(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는 리브(LIV) 골프로 전향한 필 미켈슨(52·미국) 등 ‘리브 파’들이 극한을 시험하는 메이저 대회 제122회 US 오픈(총상금 1750만 달러)에서 맥을 못추고 우수수 짐을 쌌다. 그나마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킨 건 더스틴 존슨(38·미국)이다.

존슨은 19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의 더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3개를 잡고 보기 4개를 범해 1오버파 71타를 쳤다.

3라운드까지 합계 2오버파 212타를 기록한 존슨은 공동 선두 그룹과 6타 차 공동 17위에 자리했다. 1타를 잃었지만, 한층 더 어려워진 경기 조건에 순위는 전날 공동 31위에서 공동 17위로 상승했다.

이번 US 오픈은 개막 전부터 진통을 겪었다.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리브 골프파 선수들을 US 오픈에 출전할 수 있도록 미국골프협회(USGA)가 승인했기 때문이다. 대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PGA 투어 파와 리브 골프 파의 자존심 대결처럼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주 개막해 처음으로 대중에 실체를 드러낸 리브 골프는 대회당 총상금 2500만 달러(약 323억원)와 우승 상금 400만 달러(약 51억8000만원)가 걸린 상금 규모가 무색할 정도로 낮은 경기력에 혹평을 받았다. PGA 투어 간판 스타 출신의 존슨, 미켈슨이라는 걸출한 선수들이 있긴 했지만 참가 선수 48명 대부분이 전성기가 지난 노장, DP 월드투어(유러피언투어)와 아시안투어에서 활동하는 무명, 아마추어 등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정상급 경기력을 갖춘 PGA 투어 선수들과의 정면승부에 리브 골프파의 민낯이 드러났다. 리브 골프 전향에 앞장선 미켈슨은 1라운드에서 8오버파 78타를 치는데 그쳤고 2라운드에서는 3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합계 11오버파 151타를 기록한 그는 10여 명의 리브 골프파 선수들과 함께 컷 탈락을 했다. 컷 오프는 3오버파에서 이뤄졌다. 미켈슨의 스코어는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 그는 US 오픈에서만 6차례 준우승을 기록하며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퍼즐에 한 조각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리브파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4오버파 144타, 케빈 나(미국)는 5오버파 145타,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은 6오버파 146타로 각각 컷 통과에 실패했다.

더스틴 존슨이 19일 열린 제122회 US 오픈 3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다.(사진=AFPBBNews)
리브 골프에 합류해 가장 큰 충격을 준 존슨은 공동 17위로 리브파 중 제일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는 지난 10년간 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였고 2월까지만 해도 PGA 투어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존슨이 리브 골프 측으로부터 1억5000만 달러(약 1942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PGA 투어 회원 자격도 포기한 존슨은 2021년 2월 사우디 인터내셔널 정상에 오른 뒤 1년 4개월 동안 우승 없는 시간을 보냈고, 세계 랭킹은 1위에서 16위까지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원하는 리브 골프에 합류한 것 때문에 거센 비난을 받은 존슨은 막상 대회장에 도착해서는 어떤 험담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브 골프에 합류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내가 내린 결정에 매우 자신감을 느낀다”며 “이번 대회와 올해 남은 경기들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슨은 US 오픈 이후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펌프킨 리지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두 번째 대회에 출전한다. 리브 골프 2차전부터는 브라이슨 디섐보와 패트릭 리드(이상 미국)도 합류할 예정이어서 더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리드는 이번 US 오픈에서 공동 45위(6오버파 216타)를, 디섐보는 공동 55위(8오버파 218타)에 그쳤다.

한편 제122회 US 오픈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는 지난 시즌 신인상 윌 잴러토리스(미국)와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이 기록하고 있다. 합계 4언더파 206타를 적어냈다.

디펜딩 챔피언 존 람(스페인)이 1타 차 3위(3언더파 207타), 마스터스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공동 4위(2언더파 208타)로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리브 골프 파에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보이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샘 번스(미국)와 공동 7위(1언더파 209타)에 자리했다.

USGA는 올해 US 오픈 총상금을 1750만 달러(약 226억원)까지 증액했다. 리브 골프의 2500만 달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US 오픈 우승 상금은 315만 달러(약 40억7000만원)다. 이 역시 리브 골프의 개인전 우승 상금 400만 달러를 조만간 따라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대신 우승 상금 315만 달러를 손에 넣으려면 US 오픈 특유의 ‘극악 난이도’를 이겨내야 한다.

매킬로이는 “선수들은 각자의 최고의 기량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고와 맞선다. 이것이 메이저 대회의 큰 의미이며 우리 골프 경기의 핵심”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로리 매킬로이가 19일 열린 US 오픈 3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다.(사진=AFPBB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