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뮤지컬→그림”…'수겸학생' 이준영의 무한도전(인터뷰)
by김윤지 기자
2019.07.01 09:00:10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 “캐릭터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을 믿지 않았는데, 바로 제가 그렇게 됐습니다.(웃음)”
호탕한 웃음에 씩씩한 말투였다. 손동작도 컸다. 막 무대를 끝낸 그는 여전히 무대 위에 있는 듯 했다. 2년 전 차분했던 인상과 180도 달랐다.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배우 겸 가수 이준영(22)이었다.
첫 도전하는 뮤지컬에 새로운 드라마까지, 바쁜 나날 덕분에 볼살이 쏙 들어갔다. 캐릭터를 위해 체중 조절을 하다 보니 8kg이나 감량됐다. 힘들진 않느냐고 물으니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첫 뮤지컬, 매력에 흠뻑”
“백성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목숨을 건 것입니다.” 절정의 순간 처절한 외침이 무대를 울린다. 지난달 18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 속 한 장면이다. 비선실세 인해 무너져 가는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민초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준영은 저잣거리에서 생활하다 시조를 통해 성장하는 소년 단 역을 맡았다.
아이돌 멤버로 무대는 수차례 올랐지만 뮤지컬은 처음이었다. 사극도 마찬가지였다. 신인 뮤지컬 배우처럼 발성부터 새롭게 익혔다. 숨 가쁜 일정이지만 쉬는 시간도 함께 했다. 동료 배우들과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슬리퍼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대학로를 활보했다. 인터뷰를 하던 날도 “끝나고 형들과 광장시장을 갈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첫 데뷔 무대 같지 않다”는 호평이다. 후반부 울먹이며 솔로곡을 부를 땐 뭉클함도 밀려온다.
“첫 공연이 끝나고 이상했어요. 실수한 것만 생각났죠. 그렇지만 ‘2시간 30분을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은 조금 덜어낸 것 같아요. 무대에 대한 두려움은 늘 있지만,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 생각해요.”
극에 몰입한 이준영은 후반부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그 탓에 커튼콜 때도 눈빛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눈물이 절로 나온다”는 그는 “시간과 비용을 내고 찾아준 관객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수겸 학생’ 이어 교복…“다른 매력 기대”
이준영은 오는 17일 케이블채널 OCN 새 수목 미니시리즈 ‘미스터 기간제’ 첫 방송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MBC ‘이별이 돌아왔다’ 이후 1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다. 명문고 상위 0.1%에 속하는 유범진 역을 맡는다. 첫 드라마인 tvN ‘부암동 복수자들’(2017)에 이어 또 교복을 입지만 캐릭터의 색깔은 다르다. 그에게 ‘수겸 학생’이란 애칭을 안긴 ‘부암동 복수자들’에선 속 깊은 소년, ‘이별이 떠났다’에선 철부지 대학생을 연기했다면 이번엔 싸늘하고 냉랭한 면모를 보여준다.
“넉살 좋은 ‘수겸 학생’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웃는 얼굴이 많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굉장히 밝아요. ‘부암동 복수자들’의 희수(최규진 분)와 다시 만나 반가웠어요.”
또 오는 10일에는 ‘제3회 별모아 스타작가전’에 작가로 참여한다. 잠이 오지 않는 밤 틈틈이 그렸다. 일이 없는 날엔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린다고. 본업인 가수에 대해 물으니 난감한 표정이었다.
“준비를 다 해놨는데, 이렇게 작품을 연이어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우선 뮤지컬과 드라마를 잘 끝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유키스 막내에서 배우 이준영으로
이준영은 2014년 유키스 멤버로 데뷔했다. 팀에 뒤늦게 합류한 데다 막내였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끈기 하나는 알아줬다. 자신의 영역을 탐색하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갔다. 배우로서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부암동 복수자들’은 그 결과물이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KBS2 ‘더 유닛’과 맞물리면서 2017년 하반기는 활동의 전환점이 됐다.
이 시기는 ‘연예인’ 이준영의 체력을 길러줬다.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하거나 급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또 다른 원동력은 없는지 물었다. 가족이라고 답이 돌아왔다. 흔한 답변이라 생각할 때쯤 “젊은 시절 연극 연출을 하셨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극영화과로 진학한 것도 부모님의 영향이 있었다. 전문적인 평가를 늘 받는다고. 마침 인터뷰하는 날 낮 공연 객석에 아버지가 있었다. “고생했다”는 짧은 한마디만 남겼다. “귀가할 때쯤 장문의 문자를 보낼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 20대 초반, 누구보다 치열한 시간을 살아가는 그의 정체성이 궁금해졌다. 답은 명료했다. ‘아티스트’였다.
“연기도 하고, 공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그림도 그리고…. 아티스트란 수식어로 불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누군가에게 공감 받거나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