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안재현, "치기어린 간지論? 10대 문화에 대한 얘기”
by강민정 기자
2014.11.14 08:35:15
| 영화 ‘패션왕’에서 원호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안재현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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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발(發) 관객몰이의 가장 큰 피해자. 배우 주원의 새로운 모습과 걸그룹 에프엑스 설리의 연기 도전을 즐길 수 있었던 기회. ‘만찢남’으로 통한 신예 신주환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
영화 ‘패션왕’은 ‘인터스텔라’의 독보적인 인기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끝나고 말 작품은 아니다. 무엇보다, 데뷔 후 1년의 고속 성장을 일군 배우 안재현의 ‘멋짐’을 만낄할 수 있었던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안재현에게도 ‘패션왕’은 소중한 영화다. 첫 스크린 데뷔작이자 주연작이다. 또래인 주원이 출연을 결정지었다는 소식만 듣고 시나리오도, 캐릭터 설명도 들을 것 없이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작품이었다. 확고한 동기부여가 된 상태에서 만난 ‘패션왕’은 안재현에게 무궁무진한 배움의 순간을 안겼다.
“주원은 정말 궁금한 배우였다. 다양한 연기, 장르를 소화하지 않았나. 배울 게 많을 거라 생각했다. 배우고 싶었고, 알고 싶었다.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고 원호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면서 주원이 맡은 우기명이라는 인물을 빛나게 해주는 존재라는 걸 알았다. 내가 원한대로 주원 옆에서 그가 연기하는 걸 보고 느꼈다. 나에게도 자극이 많이 된 시간이었다.”
올해 스물여덟인 안재현은 주원과 한 살 터울로 친구 같은 관계였다. 배우 김성오, 이일화, 이경영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호흡을 맞춘 이들이 또래였다. ‘패션왕’은 안재현에게 우리만의 문화, 나아가 영화 속 주인공인 10대의 문화를 되돌아보게 한 계기이기도 했다.
“모든 작품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패션왕’은 누가 보기엔 코믹이고, 멜로다. 내가 본 ‘패션왕’은 10대의 문화를 드러낸 작품이었다. 그들이 영화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봐야 할 작품이란 생각도 했다. 기명이와 비슷한 아이들, 원호와 같은 아이들이 그들만의 세계에선 ‘간지’를 앞세우는 치기어린 청소년처럼 보이지만 왜 그렇게 됐는지를 들여다보는 시선도 필요하다.”
‘패션왕’에 임한 안재현의 자세는 사뭇 진지했다. 웹툰이라는 원작이 있는 작품임에도 영화가 대중과 소통하는 또 다른 창이 된다는 책임감으로 새로운 시각에서의 메시지를 부여하려 노력했다. 기명이가 “이번 생은 망했어”라고 말하는 이유,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듯한 원호가 안고 있는 아픈 가정사 등 가족, 학교, 어른, 세상과 단절돼 벽에 부딪히고 있는 10대의 삶을 ‘패션왕’에 녹이고 싶었다.
“이건 10대들의 문화에 대한 얘기라고 봤다. 패션에 왜 목을 메는지, 왜 그런 것에만 집착하고 빠지게 됐는지 한번쯤 관심을 가져줘야 하지 않나. ‘간지’라는 건 결국 남들에게 나를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을 때 중요시하게 되는 속성이다. ‘나 완전 멋있지?’라고 온 몸으로 외치는 10대에게 세상은 어떤 시선을 비추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안재현의 진지한 말을 들을수록 ‘‘패션왕’이 정말 그런 영화였나’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마니아 팬덤의 사랑을 받은 웹툰도 ‘병맛 코드’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패션왕’을 사회적인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 작품이라 느낄 여력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주연배우로서 작품에 의미를 부여해 그것에 맞춰 연기했다는 과정을 듣고 나니, 안재현의 논리에도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태어나서 나쁜 이들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자라난 환경, 성장 배경에 영향을 받을 뿐이다. 영화 속에서 처음에 ‘왕따’를 당하던 기명이는 나중에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인물이 됐다. 오히려 원호는 늘 혼자였다. 결국 ‘패션왕’은 나 혼자 행복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영화다.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는 10대 문화, 요즘 청소년의 세상에 대한 문제를 독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이 친구들과 혹은 부모님과 가벼운 듯, 묵직하게 영화를 즐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