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이 가져다 준 두가지 긍정적 변화
by정철우 기자
2010.07.15 10:50:41
-정수빈 합류로 이종욱 공백 메워
-잃었던 도전 정신 깨우는 역할도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두산 외야수 정수빈(20)은 지난 11일 잠실 LG전부터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다. 이제 3경기째.
주전 중견수이자 톱타자인 이종욱이 발목 부상으로 빠진 뒤 부터다. 그리고 정수빈은 3경기서 4개의 안타와 3개의 타점, 그리고 무려 7득점을 해냈다. 팀은 3경기 중 2번을 이겼다. 만점 주전 데뷔다.
그러나 정수빈의 가치는 성적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두산이 잠시 겨울잠 속에 잊고 있었던 2가지 장점을 되살려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산을 표현하는 호칭 중 하나는 화수분 야구다.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며 팀을 지탱해 왔기 때문이다. 두산의 2군 시스템을 그래서 더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전력의 계속된 발굴은 두산을 버티게 한 힘이었다. 큰 전력 보강 없이도 지금까지 잘 버텨온 이유이기도 했다.
포지션별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좀 더 실력이 나은 선수들에게 우선권이 돌아갔다. 매일 라인업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부진이 장기화되면 어느새 다른 선수에게 자리가 넘어갔다. 누구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는 두산을 꾸준히 강팀의 반열에 올려 놓은 원동력 중 하나다.
정수빈은 다시 한번 두산의 힘이 무엇인지를 알려줬다. 이종욱의 부상 공백을 충실히 메워주며 주춤했던 팀에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
두산이 왜 강한 팀인지를 일께워주고 있는 것이다. 장점을 되살린다는 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두산이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는 발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도전 정신이다. 정수빈은 "벤치에 앉아 선배들의 플레이를 보며 공격적이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두산이 상대에게 두려움을 안겨줄 수 있었던 핵심 포인트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은 2007년 이후 또 다른 팀이 됐다. 발야구라는 큰 틀 안에 묶여 있지만 그들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팀이 아니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질주가 그들의 진짜 장기였다. 내야 플라이때 홈으로 파고들고 좌전 안타때도 틈만 보이면 3루까지 내달렸다.
처음엔 실패도 많았다. 그러나 김경문 두산 감독은 창의적인 실패에는 채찍을 들지 않았다. 선수들은 더 과감해질 수 있었다. 반대로 상대팀엔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두산은 그와 같은 도전적인 주루 플레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빠르지만 이전처럼 공포스러울만치 도전적이었던 뜀박질은 보기 힘들었다.
김경문 감독은 "이제 선수들이 야구를 더 알게 되면서 생긴 변화다. 나이도 있고 하니 이전처럼 함부로 뛰는 것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야구가 그래서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수빈은 다르다. 벤치에 앉아 선배들의 힘이 무엇인지 보고 배웠고, 이제 배운 걸 제대로 써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14일 대구 삼성전서도 그랬다. 3-1로 앞선 4회 2사 1,2루서 2루 주자였던 정수빈은 기습 3루 도루(1루 주자 오재원도 뒤늦게 스타트)로 분위기를 바꿨다.
추가점이 필요한 2사 후 2루 주자였다. 타석엔 김현수가 서 있었다. 2사 후엔 2루나 3루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실패했다면 오히려 분위기를 삼성으로 넘겨줄 수 있었다.
그러나 정수빈은 삼성 바뀐 투수 백정현의 퀵 모션이 그리 빠르지 않다는 걸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성공된 주루는 김현수의 적시타가 더해지며 2점이 됐다. 승리의 확신을 갖게 된 점수였다.
두산은 최근 페이스가 좋은 편이 아니다. 많이 졌기 때문이 아니라 삼성의 페이스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정수빈의 등장은 어쩐지 위축돼 보이던 두산의 어깨를 다시 펴게 하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