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철우 기자
2009.01.12 09:41:11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스프링캠프의 계절이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지만 봄을 준비하는 프로야구 팀들의 발걸음은 벌써부터 빨라졌다.
스프링캠프는 사실상 '자율'과 이별을 의미한다. 코칭스태프가 짜 놓은 스케줄에 따라 정신없이 움직이다보면 어느새 시즌이 코 앞에 다가오게 된다.
간혹 이 같은 기계적인 움직임은 발전에 장해가 될 수도 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는 폭을 줄이게 되기 때문이다.
롯데 홍성흔은 지난해 스프링캠프를 다녀오지 못했다. 원 소속팀인 두산에 트레이드를 요구한 탓에 경희대 등에서 홀로 개인훈련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효과는 만점이었다. 홍성흔은 데뷔 이후 최고인 타율 3할3푼1리(2위)를 기록하며 FA 대박을 터트렸다.
홍성흔은 "두번 하고 싶지는 않지만 첫 개인 스프링캠프가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단체 훈련에서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성흔의 개인 훈련은 타성에 젖은 스프링캠프의 단점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그가 생각하는 개인 훈련의 장.단점은 바꿔 말하면 단체 훈련의 장.단점이 될 수 있다.
홍성흔은 개인 훈련의 장점을 "눈치 안 보고 내가 필요한 걸 찾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꼽았다.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맞춤 훈련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홍성흔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으면 훈련량을 좀 줄였다. 반대로 좋을 때 몰아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결국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모두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체훈련에선 힘든 부분이다. 이런 저런 눈치가 보여 어지간해선 "몸이 안 좋다"는 말을 하기 어렵다. 특히 연차가 얼마 되지 않는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보면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컨디션이 좋았을 때 방점을 찍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스프링캠프는 보통 사흘 훈련, 하루 휴식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컨디션이 좋을 때라면 스스로 짐을 꾸려 개인 훈련을 해보는 것도 시도해볼 만 하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발전을 위해서다.
알아서 움직이는 선수라는 믿음을 얻게되면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당당하게 "쉬고 싶다"는 말도 꺼내볼 수 있다. 단체 훈련 속에서도 개인 스케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스프링캠프 소식을 전하는 뉴스들 속엔 "감독이 모 선수에게 "너는 훈련 그만 하고 들어가라"고 했다"는 미담 아닌 미담이 반드시 포함돼 있다. 진심은 반드시 통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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