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계약]'11대 0', 역노예계약을 아십니까.

by윤경철 기자
2007.07.30 11:35:48

▲ 계약문제가 불거진 연기자 고은아

[이데일리 SPN 윤경철기자] ‘노예계약이요? 연예인 안 달아나면 다행이에요.”

'고은아 계약 파문'이 연예계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연예인과의 계약에 대해 기획사들은 저마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그동안 알려졌던 불평등 계약과는 다른 이른바 '역노예계약'이 오히려 많아졌다는 주장이다.

‘노예계약’이라는 표현까지 할 정도로 불평등했던 연예인들의 전속 계약이 많이 개선되면서 일부 톱스타와의 계약에서는 정반대로 기획사들이 심한 불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 계약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1년 MBC ‘시사매거진2580’이 당시 일부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불평등 계약을 ‘노예계약’이라고 보도하면서다.

당시 ‘시사매거진2580’은 ‘한일 비교 연예인 대 매니저’라는 제목으로 일부 기획사의 형태를 고발했다. 당시 방송 이후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소속 250여개 기획사가 크게 반발, 소속 연기자 가수 진행자들이 MBC 출연을 전면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송은 연예인과 연예기획사간의 관행화 되어 있던 전속 계약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어느 정도의 투명성과 불공정 계약을 바로잡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현재 활동을 막 시작하는 신인과 기획사가 계약을 맺을 때 가장 일반적인 것은 계약기간 5년에 계약금 500만원이다. 또한 계약에는 소속사 동의없이 타 기획사로 옮길 경우 계약금의 3배를 위약금으로 무는 조항이 들어간다. 가끔 재능이 뛰어나거나 재주가 보이는 연예인의 경우 통상적인 계약금의 2-3배를 주기도 한다.

신인 연예인의 전속 계약금은 10년전과 별반 다를바 없지만 계약기간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스타 만들기가 과거에 비해 어려운데다 5년 이상 계약을 맺어야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장기 계약을 맺고 장기 계획을 갖고 스타로 키우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인 때 다소 불평등해 보이는 계약 조건은 인기가 올라가면서 바뀌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계약 기간이 끝난 일부 특급스타들의 경우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맺기도 한다. 일명 '11대 0' 계약이다.
 
통상 기획사와 연예인은 계약 조건에 수입을 '몇 대 몇'으로 나눈다는 비율을 정한다. 흔히 '6대 4' 계약이라는 것은 전체수입을 10으로 봤을 때 연예인이 그 중 6, 기획사가 4의 비율로 가져가는 것이고, '7 대 3'은 연예인이 전체 수입의 70%를 가져가는 것을 뜻한다.
보통  A급 스타의 경우는 이 비율이 '8 대 2'다. 즉 80%가 연예인의 몫이다. 특급 스타의 경우는 이 비율이 더 높아져 '9대 1'에 이르거나, 아예 수입 모두를 가져가는 '10 대 0'의 계약도 있다. 
 
그러면 '11 대 0'의 계약은 무엇일까. 연예인이 자신이 활동해 벌어들인 수입을 모두 가져가고, 연예 기획사는 매출에 따른 10%의 부가세까지 떠맡는 조건이다. 여기에 차량유지비,의상비 등 각종 부대조건까지 합하면 엄청난 조건이다.

연예 기획사가 수입은 커녕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이런 계약을 하는 것은 목적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통한 수익이 아닌 이들의 지명도를 통해 외부 투자를 받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스타들이 속해 있으면 주식시장에서 잇점을 누릴 수 있는데다 캐스팅이나 드라마 외주 제작에 있어서도 유리하다.

하지만 ‘11대 0’ 계약은 연예인에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지 모르지만 결국 연예 산업 전반에서 보면 결코 좋은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 관계자는 “11대0 계약은 연예기획사에 절대 불리한 ‘역 노예계약’이라 할 수 있다”면서 “이런 계약은 이름있는 스타에게만 돈이 몰리면서, 장기 투자가 필요한 신인 발굴에 소홀할 수 있어 연예산업의 미래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