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韓드라마의 주류..'막장'을 보는 다른 시선 셋
by강민정 기자
2014.06.11 08:33:05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복수의 아이콘’이 돌아왔다. 그의 컴백과 함께 또 한 번 ‘막장’의 새 역사가 시작될 것이란 우려도 높았다. 배우 장서희가 4년 만에 국내 복귀작으로 선택한 KBS2 일일연속극 ‘뻐꾸기 둥지’가 방송을 시작했다. 연출을 맡은 곽기원 PD와 장서희, 이채영, 황동주 등 배우들이 “막장드라마 아닌 모성애에 관한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1회 방송과 동시에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언제까지 ‘막장 드라마’에 대한 시선이 날카롭기만 해야 할까. 이쯤 되면 한국 드라마의 주류에 속해있다 분석해도 무리가 없다. ‘막장 드라마’를 보는 다른 시선은 없을까.
◇편성시간대 안착→약속된 쾌감
막장 드라마는 최근 5년 동안 한 분기도 쉼 없이 전파를 타왔다. 막장을 위한 편성시간대가 안착됐다는 논리도 나온다. 오전 7~10시 사이의 아침 연속극과 오후 7~9시 사이의 일일연속극이 대표적이다. 지상파 3사는 시간차 편성으로 아침 연속극 시청률 경쟁을 피하고 있다. KBS는 1TV에서 모자라 2TV에서 방송되던 시트콤을 폐지하고 막장드라마를 세 작품 연속 선보이고 있다.
시청률도 높다. 현재 방송 중인 SBS ‘나만의 당신’은 시청률이 15%에 육박한다. 황금시간대라 불리는 오후 10시 시간대에도 힘든 시청률이 아침엔 10%를 훌쩍 넘기고 저녁엔 20%를 가뿐히 넘긴다. 안수진 이김 프로덕션 기획 팀장은 “주부 등 일부 시청자에게 아침과 저녁 시간대는 가장 스트레스가 높을 시간이다. 막장드라마가 그들에게 묘한 쾌감을 줬을 것이고 그 호응이 크다”고 분석했다.
◇차별화된된 연기→도전 혹은 경험
연기하는 처지에서도 막장 드라마는 새로운 도전, 경험이 된다. 연기하는 방법이 다르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에피소드를 소화하기 때문에 감정 표현이 격해진다. 평소 쓰지 않는 단어와 문장을 대사로 구사하기 때문에 안 쓰던 안면 근육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KBS2 일일연속극 ‘천상여자’를 끝낸 박정철은 “평소보다 과장된 몸짓, 높은 톤으로 연기를 해야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신인 입장에선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왜곡된 표현을 익히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에겐 약이 될 때도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 주말연속극 ‘달래 된 장국’에서 19세 나이에 임신을 하고 유산까지 겪는 연기를 소화한 신예 윤소희는 “현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표현하다 보니 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마음껏 울고, 소리 지르고, 아파하면서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주연 라인업 강화→한류의 축
막장 드라마의 역사와 함께 주연 배우 라인업도 강화됐다. 높은 시청률이 담보되는 드라마라 배우들 처지에서도 30~60대 시청자들의 폭넓은 인지도를 기대하며 출연을 결심한다.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현재 방송 중인 ‘뻐꾸기 둥지’다. ‘아내의 유혹’으로 점하나 찍고 돌아온 여인의 복수를 보여준 장서희가 주연을 맡았다.
장서희의 출연과 동시에 ‘뻐꾸기 둥지’는 중국 시장을 흔들고 있다. 국내 안방극장을 떠나있던 지난 4년 동안 중국에서 체계적인 활동을 펼쳐온 장서희의 존재감 때문이다. 실제로 ‘뻐꾸기 둥지’ 제작발표회 현장에는 상해 동방 TV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이 취재를 했다. 이외 4개 중국 관련 매체가 현장을 찾았다.
‘뻐꾸기 둥지’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아내의 유혹’을 시작으로 비슷한 류의 한국 드라마가 이어지면서 ‘막장’이 익숙한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처럼 젊은 한류스타들과 로맨틱 코미디, 멜로 등이 한류의 주축이 된 반면 ‘막장 드라마’라 불리는 또 다른 축도 상당히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