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별'로 지운 '하이킥'의 잔상..'엔딩논란' 그리고 '사회훈수'

by강민정 기자
2013.08.29 08:54:04

‘감자별’에 출연하는 배우 이순재(왼쪽 위 시계방향), 노주현, 여진구, 하연수, 고경표.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하지만 0.5%의 차별성을 뒀다는 데선 의미가 있지 않나요?” “그런데 돌이켜놓고 생각하면 부질없이 쓸데 없는 것들을 넣으려고 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로 유명한 김병욱 PD가 취재진 앞에 섰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이후 새로운 타이틀의 작품을 들고 컴백한 김병욱 PD. 케이블채널 tvN ‘감자별 2013 QR3’(이하 ‘감자별’) 방송을 앞두고 수 많은 취재진이 그가 전할 해학과 메시지에 궁금증을 가졌다. 바쁜 촬영과 회의 일정 속에 2시간 가량을 겨우 빼 30개가 넘는 매체와 마주한 김병욱 PD는 전작들에 대한 회상부터 털어놨다. 취재진 역시 ‘하이킥’의 연장선이 아닌 ‘감자별’이란 새 출발을 시작한 김병욱 PD에게 이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김병욱 PD.
김병욱 PD는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2’)과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 대한 나름의 성취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거침 없이 하이킥’으로 오랜만에 시트콤 장르의 화려한 전성기를 맞은 뒤 연이어 선보인 작품들이라 대중의 기대도 컸고 ‘논란’을 낳을 만큼 파급효과가 셌다. ‘거침 없이 하이킥’의 성공으로 조금 ‘무게’를 잡았던 ‘지붕 뚫고 하이킥’은 새드 엔딩을 놓고 여론이 왈가왈부했고, ‘그래도 난 갈 길을 간다’며 ‘하이킥’의 브랜드를 이어온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현실적인 메시지를 녹여냈음에도 전작보다 못한 시청률로 김병욱 PD의 명성에 아쉬운 성적을 냈다.

김병욱 PD는 “‘하이킥3’ 때는 정치 의식을 가진 것도 아니었는데 ‘이런 것이 사회적으로 올바른 일이다’는 생각에 조금 빠졌던 것 같다”며 “청년 실업과 관련된 문제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다룬 탓에 실패한 것 같고, 관념적으로 ‘센 대사를 쓰면 정치적으로 옳은 드라마다’라고 잘못된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병욱 PD에겐 입시, 취업, 결혼 등 10대부터 30대 전반에 걸쳐 사회적인 문제와 맞물렸던 ‘하이킥3’ 주인공들에 대해 왠지 모를 미안함도 안고 있었다.



‘하이킥2’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많은 시청자들이 신세경과 최다니엘의 허무한 ‘열린 결말’에 분노(?)했지만 김병욱 PD는 시간이 지날 수록 ‘나쁘지 않았던 결말’로 기억을 굳히고 있었다.

김병욱 PD.
김병욱 PD는 “수 많은 드라마 중에 우리는 얼마나 차이를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서 “많은 분들이 원하는 엔딩처럼 판타지를 주진 못했지만 남들과 다른 걸 보여줬다는 데서 욕을 먹긴 했지만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었다”며 웃었다. 이어 “99.5%의 일반적인 줄기를 따라가도 0.5%는 다른 길을 낼 수 있지 않나 싶다”며 “너무 형편 없는 농담으로 이뤄진 이야기어도 아주 조금은 우리 팀만이 가진 생각을 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웃기고 또 웃긴 시트콤 장르에서 ‘하이킥2’처럼 파격적인 엔딩을 추구한 덕에 드라마 시장이 선호하는 결말에 대해서도 ‘선택지’가 풍부해졌다는 자부심도 엿보였다.

시간이 지날 수록 과거 작품을 곱씹었던 김병욱 PD는 그런 시간에 힘입어 ‘감자별’의 방향점을 잡았다. ‘감자별’의 마지막 시나리오를 이미 완성해 둬 ‘하이킥2’ 때와 같은 ‘결말 논란’이 일어나는 사단(?)은 방지했다. ‘하이킥3’처럼 “요즘 사회가 이렇다, 저렇다” 했던 시선을 돌려 웃음에 초점을 맞춘 엔터테인먼트의 기능에 충실했다. 절반의 성공이라 자평한 ‘하이킥2’와 ‘하이킥3’가 더해져 어느 때보다 자신있는 ‘감자별’이란 작품이 탄생하게 된 셈이다.

“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지적이 있어서 이번엔 안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늘에 달이 하나 떠 있고 그 옆에 감자처럼 생긴, 달보다 10배 쯤 큰 행성이 같이 있다면 어떨까 상상했던 곳에서 ‘감자별’이 출발했다. 이번 작품은 ‘감자별’이란 존재 자체가 독특한 공간이 될 것 같다. 우울하고 심각하지 않다. 믿고 봐달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