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세스스토리]작곡가 조영수②"음악 때문에 아팠고, 치유됐다"

by고규대 기자
2013.07.04 08:46:29

가족도 걱정했던 무명의 삶, 음악 앞에서 당당해진 게 비결
티아라, 김종국, SG워너비 등 수많은 히트곡 남겨

작곡가 조영수.(사진=김정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지난 6월 말 서울 성수대교 남단에 위치한 소속사 사무실에서 조영수를 만났다. 인터뷰를 한다는 말에 아침 일찍 헤어숍에 갔다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땅히 통통한 몸매를 가릴 옷은 없어서 라운드 셔츠를 입었다고 수줍어했다. 조영수는 자신과 비슷한 ‘뱃살’을 가진 신예 듀오 투빅의 노래를 틀어놓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돈 많이 벌었겠다’, 이런 말 많이 듣죠?

많이 벌었죠. 앞으로도 많이 벌고 싶어요. 돈을 벌어서 전, 가족을 위해 먼저 써요. 몇 번 가족(2남2녀 중 막내다)를 도운 적도 있어요.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이 큰 집으로 옮기는 데 돈도 보탰죠.

-창작력도 한계가 있을 터인데.

음악 외에 소질이 없어요. 아마 그랬다면 다른 작곡가처럼 외도를 했겠죠. 누구나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전 음악을 앞으로도 평생할 생각이에요. 말씀하신 대로 창작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형식이나 장르를 바꿔볼 생각이에요. 드라마나 영화음악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또 다른 성공을 위해선 자기 투자도 게을리 말아야 하는데.

사람에 대한 투자가 곧 제 자신에 대한 투자죠. 작곡가 동생들을 돕는 게 좋아요. 한 후배에게 월세집을 내주고, 또 다른 후배 결혼할 때 선물도 해주고. 결국 저를 위한 것이거든요.

피아노 앞에 포즈를 취한 ‘히트곡 제조기’ 작곡가 조영수.(사진=김정욱 기자, 그래픽)
조영수는 1976년생으로 1995년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에서 입학한 후 1996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12번째 테마’로 대상을 받았다. 이후 낸 정규 앨범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장됐다. 조영수가 스타 작곡가가 된 후에 당시 발매된 앨범이 ‘희귀 소장 앨범’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조영수는 2003년 가수 옥주현의 앨범에 곡을 실으면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2004년 신화의 ‘브랜드 뉴’ 앨범에 참여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무명 작곡가 시절을 어떻게 견뎌냈나.

그때는 카드빚밖에 없었어요. 잠도 하루에 2,3시간밖에 못 잤어요. 몸이 힘들었지만 견디지 못할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잘되려면 이런 어려움을 견뎌야 한다, 이런 각오가 있었어요. 마음은 행복했던 시기였어요.

-오랜 기간 지켜본 가족, 친구가 성공한 조영수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을 법한데.

항상 불안했어요. 26세에 제대하고 데뷔한 게 28세 때였어요. 그 2,3년 동안 솔직히 대인기피증으로 고생했어요. 음악을 하느라 학점도 형편없었으니 그 나이에 진로를 바꿔 같은 과 친구들과 회사에 들어갈 수도 없었죠. 학교를 다닐 때도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요. 밥도 혼자 먹고, 외톨이처럼 지냈어요. 그 시기를 견뎌낸 건,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을 버릴 수 없었죠. 노래도 많이 부르고, 곡도 많이 썼어요. 다 습작이었지만요. 그 시기가 지금의 행복한 저를 만든 거 같아요.

-비슷한 과정을 견디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음악이라는 게 논리나 과학이 아니라 하나의 감성이죠. 후배 작곡가들이나 작곡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제게 와서 조언을 구하면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어요. 사람마다 감성이 다른데 제가 평할 수는 없는 일이죠. 다만, 그 음악이 지금 대중이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 요즘 시대에 어울릴지 안 어울릴지 감각적으로 알려줘요.

조영수는 무명 시절 이야기를 꺼내면서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겼다. 명문대학에 들어가서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이 받은 충격도 컸다. 대학 졸업 후 그가 조그만 오피스텔에서 라면을 먹고 밤을 새우면서 음악을 하는 것을 보면서 가족의 걱정이 깊어졌다. 부모는 매번 ‘꼭 음악을 해야겠느냐’고 되물었다. 어느 순간 히트곡이 하나씩 나오고, 온전히 세상에서 그가 자리 잡는 것을 보고 나서야 가족도 마음을 열었다.



-인생의 교훈을 어디서 찾으려 하나.

노력도 필요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져야 돼요. 욕심을 줄여야 되고, 작곡가이니 음악에만 몰두해야죠. 신은 공평하잖아요. 작곡가에게는 음악을 만드는 재능을 준 것인데, 다른데 한눈팔면 안 되죠.

-살다보면 좋아하는 단어, 문구가 있을 터인데, 성공의 키워드라면.

‘고칠 수 없는 건 후회하지 말자.’ 워낙 후회를 많이 하는 성격이에요. 곡을 발표한 후 잘 안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 그 때 이렇게 해볼걸, 이렇게 후회해도 소용이 없어요. 현재에 충실하고, 설사 현재에 실패가 있더라도 실패의 반복을 피할 때 만족스러운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요.

#조영수 대표곡 10선

너 때문에 미쳐(티아라)

또 한 여잘 울렸어(투빅)

마법소녀(오렌지캬라멜)

내사람(sg워너비)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이승철)

사랑의 배터리(홍진영)

미인(이기찬)

Brand New(신화)

제자리걸음 (김종국)

사랑과 전쟁(다비치)